- “타국과 상의 않고 수단 총동원”
- 러선 “승전 앞당겨야” 강경론도

우크라이나가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지 31년이 되는 독립기념일이자 전쟁 발발 6개월이 되는 24일(현지시간)을 맞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빼앗긴 크름(크림)반도와 돈바스를 이번 전쟁에서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러시아의 대공세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언급이다.

우크라이나군이 24일(현지시간) 북동부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대공포를 발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날 크름반도 반환을 논의하는 ‘크름 플랫폼’ 개회사에서 탈환을 공식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크름반도는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됐으나 국제법상 우크라이나 영토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것은 크름에서 시작됐고, 크름에서 끝날 것”이라며 “다른 나라와 상의하지 않고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크름반도를 되찾겠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 31주년 독립기념사에서도 “전쟁의 끝을 전에는 평화라고 했지만 이제는 승리라고 답한다”며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 동부 돈바스(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와 크름반도를 되찾을 것”이라고 항전 의지를 다졌다.

이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방문, 러시아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연대를 재차 확인했다. 전쟁 발발 후 두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확전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는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의 폭사를 두고 연관성을 거듭 부인했다.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 현지 방송에서 러시아가 ‘푸틴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던 극우 사상가 두긴의 딸 사망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한 데 대해 “우리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전쟁 지지가 약해진 국민을 재동원하고자 일련의 공격을 계획했다”며 ‘자작극설’을 제기했다.

지난 9일과 16일 두 차례 크름반도 기습에 이어 수도 모스크바 근교에서 두긴의 딸이 폭사하는 등 게릴라성 공격이 잇따르자 러시아에서는 더 강한 공격을 통해 승전을 앞당겨야 한다는 강경론이 고개를 든다. 두긴의 지인이자 러시아 재벌인 콘스탄틴 말로페예프는 두기나를 ‘순교자’로 칭하며 “그의 때 이른 죽음 덕에 러시아가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국민 정서를 자극했다.

러시아의 보복 공세가 예고되자 미국은 23일 우크라이나 내 자국민에 출국 권고를 내렸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수도 키이우에 사람이 모이는 독립기념일 행사를 금지하는 등 경계 태세를 갖췄다.

양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점령한 유럽 최대 원전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서 최근 포격이 잇따라 원전 사고 우려가 커지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3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향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안전하고 신속한 접근을 허용하는 한편 모든 군 병력과 군사 장비를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