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 의약품·생필품 등 물자수송
- 점진적 국경 재개방 가능성 커져

북한 화물열차가 북중 국경 봉쇄 24개월 만에 중국에 들어갔다. 국경을 전면 개방한 단계는 아니지만 국경을 걸어 잠근 지 2년 만에 일부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물적 교류만 공식 재개한 것으로, 내달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인적교류로 확대될지 관심을 끈다.

북중 접경지역인 북한 신의주에서 출발한 북한 화물열차가 16일 오전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 도착했다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2020년 1월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지 24개월 만이다. 북중 화물열차 운행은 같은 해 여름 중국과의 육로 무역을 전면 중단한 지 1년반 만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열차는 이날 오전 9시10분께 북한 신의주에서 북한과 중국을 잇는 철로인 ‘조중우의교’를 통해 단둥으로 건너왔다. 소식통은 “이날 오전 9시께 북한 화물열차가 신의주에서 압록강 철교를 건너 단둥에 도착했다. 화물을 싣고 왔는지, 빈 차로 들어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화물열차는 내일 긴급물자를 싣고 북한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는 화물칸 15개 이상이 연결된 북한 열차가 조중우의교를 건너는 모습이 담긴 1분 길이 영상이 올라 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종 승인에 따라 운행한 화물열차는 중국에서 긴급 의약품과 생필품 등을 싣고 북한으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매일 10~20량 길이의 화물열차가 중국으로 들어가 물자를 싣고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 중단 이후 북한이 한층 가중된 경제난에 시달리자 북중은 중국 동북지역의 코로나19가 수그러든 작년부터 철도를 이용한 육로무역 재개를 모색해왔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화물열차 운행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협의가 완료됐으나 갑자기 중국 동북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무산됐다.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가 발표한 무역 통계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북한의 대중 수입 규모는 2억2500만 달러(약 2700억 원)로, 코로나19가 번지기 전인 2019년 30억1385만 달러(3조2701억 원)와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수입 물자 감소는 식량과 생필품 부족으로 이어졌다. 육로 무역을 전면 봉쇄한 북한은 남포항을 이용한 해상 무역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는데, 이 항구도 포화 상태로 인해 물자 반입에 한계를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육로를 통한 북중 무역 정상화가 시급한 실정이었던 것이다. 특히 양측 교역의 70％를 차지하는 단둥-신의주 노선 등의 철도 운송 재개가 절실한데, 이번에 그동안 걸어뒀던 빗장을 푸는 셈이다.

다만 이번 화물열차 운행이 앞으로 본격적인 북중 육로무역 재개를 뜻하는지 아니면 일회성 운행에 그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한국 정부의 한 소식통은 “사실상 공식적으로 (북중 간) 물적 교류가 시작됐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 열차 운행이 점진적인 국경 재개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