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착용한 직원이 베이징 화웨이 매장 안에서 통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U 국가들이 5세대 이동통신(5G) 구축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을 배제한다면 중국 역시 유럽 업체들에 대한 보복 조치에 나서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사안과 관련된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 상무부가 유럽의 양대 메이저 통신장비 제조사인 노키아와 에릭슨이 중국에서 만든 제품을 다른 나라로 내보내지 못 하도록 하는 수출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해당 보도에서 “이러한 방안은 오직 유럽연합(EU) 국가들이 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와 같은 중국 업체들을 배제할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등 제재에 나선 미국은 유럽 등 다른 나라들도 ‘화웨이 퇴출’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영국은 5G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 장비 사지 않겠다고 지난 14일 결정한 바 있다.

중국의 수출 규제 카드 검토는 만일 ‘반(反)화웨이’ 전선에 유럽이 가세할 경우 중국도 유럽 업체들을 상대로 보복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노키아는 홍콩과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에 공장 1곳과 1만 6000명의 인력을, 에릭슨은 중국 내 제조시설 1곳과 다수의 연구개발 설비를 각각 두고 있다. 또 에릭슨은 중국, 대만, 한국, 일본 등 동북아 전체에서 1만 4000명의 직원을 고용 중이다.

한편 노키아는 이미 몇 주 전부터 중국 당국의 보복 조치 가능성에 관한 제보를 입수해 공급망 재점검 의뢰, 제조시설 이전 등 컨틴전시플랜(비상대응계획)까지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키아와 에릭슨은 중국이 수출 규제에 나설 경우를 대비해 아시아 내 다른 지역이나 유럽, 북미로 공장을 옮기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WSJ이 해석했다.

신문은 “노키아와 에릭슨은 이번 보복 조치와는 별개로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관세 인상 등을 고려해 이미 작년부터 제조 설비를 중국 밖으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WSJ은 다만 중국이 수출 규제를 할 수 있다고 경고만 하고 이를 실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은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