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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원량의 죽음 이후 중국에서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중국 당국은 검열을 강화하고 이를 요구하는 지식인들을 감금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리원량은 중국 우한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퍼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오히려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았다. 이후 환자 치료 도중 코로나19에 감염돼 지난 7일 사망했다.

17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 15일 중국 광둥성 판위 지역에 있는 인권 변호사 양빈(楊斌)의 자택에서는 양빈과 그의 남편, 아들 그리고 그가 숨겨준 저명 법학자 쉬즈융(許志永)이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해 말부터 지명수배된 쉬즈융은 지난 4일 시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권퇴서(勸退書)’를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무역전쟁, 홍콩 시위, 코로나19 확산 등 주요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시진핑 국가주석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대 법학박사 출신인 쉬즈융은 지난 2003년 쑨즈강(孫志剛)이라는 청년이 수용시설로 끌려가 폭행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법학자, 인권변호사들과 함께 ’신공민 운동‘을 결성했다. 이후 ’신공민 운동‘은 시민권리 보호와 사회 정의를 내세우며 농민공, 철거민, 고문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법률 지원과 공익소송 등에 앞장서 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 참여했다가 지명수배자가 됐다.

양빈도 리원량 등 코로나19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8명의 의사에 대한 명예를 회복하고, 관련자를 문책하라는 온라인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또한 온라인에서 “리원량의 죽음은 관련 법률이 아닌, 당과 국가 체제에 대한 분노를 불러오고 있다”는 등 중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써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빈과 그 가족은 전날 밤 풀려났으나, 지명수배자인 쉬즈융을 숨겨준 혐의로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표현의 자유 보장’ 등 5대 요구 수용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한 칭화대 법대 쉬장룬도 교수도 연락이 두절됐다. 쉬장룬 교수의 지인들은 “수일 동안 그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시 주석을 공개 비판하는 글에서 “내가 처벌을 당할 거라고 너무나 쉽게 예견할 수 있다. 틀림없이 이건 내가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한의 참상을 고발한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陳秋實)와 의류 판매업자 출신의 또 다른 시민기자 팡빈(方斌)도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천추스는 우한 봉쇄령이 내려진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부터 우한 병원, 장례식장 등의 상황을 찍은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리며 “무섭다. 앞에는 바이러스가 있고 뒤에는 공안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6일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팡빈 역시 우한의 한 병원 밖에 주차된 승합차에 시신을 담은 포대가 놓여있는 것을 포착한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고발했다가 지난 9일 ‘독재 비판’ 영상을 올린 뒤 사라졌다.

박기백 기자 71_bac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