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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11> 국가 기틀 세운 총재 이윤

상나라, 탕의 무용과 이윤의 정치로 역사 만들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28 18:58:12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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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읍으로 바로 못간 탕왕

- 하나라 정벌 정당성 온전치 않아
- 탕 ‘서박’ 언사서 주변 소국 통제
- 복귀 후 탕고 지어 제후들 선전전
- 권력과 민심의 속성 꿰뚫어 봐

# 관직에 엄격했던 국가권력

- 재화와 여색에 빠지면 음풍죄
- 소인배와 친하면 난풍죄 물어
- 관리들 범죄에 엄격하게 집행

# 걸왕 신하였던 이윤의 등장

- 요리 잘했던 伊 하궁궐 주방 책임
- 걸 부패 심해지자 상으로 돌아와
- 역법 개정 등 탕 오른팔 역 수행

중국의 굴기(崛起)가 스멀거릴 무렵 중화삼조당(中華三朝堂)이 세워지고 이곳에 황제·염제·치우의 위패가 모셔졌다. 황제는 오제(五帝)의 선두에 있으니 그렇다 하더라도 염제와 치우는 뜬금없다. 둘 다 모두 불의해 황제에 의해 쫓겨나거나 죽임을 당하지 않았던가.

염제는 그나마 엇갈리는 고대 사서의 기록으로 얼버무릴 수 있다. 삼황(三皇) 중 하나인 신농은 농사와 의약의 신이다. 자른 나무를 구부려 호미를 만들어 농경을 가르쳤고, 몸소 중독의 고통을 감수하며 백초(百草)의 맛을 봐 약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 사람의 병을 치료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화덕을 갖고 있어 불의 신이라 불린 염제를 약초의 신으로 기록한 사서도 있다. 그런 중복을 근거로 ‘염황의 자손’을 자칭하는 것이라도 신농이 노할 것 같은데 치우는 너무 느닷없다. 청동기를 잘 다룬 선진 문명인에다 싸움을 잘한 전쟁의 신이라서? 일단은 북방 홍산문명을 비롯하여 오랑캐라 멸시하던 사방의 소수민족을 아우르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찜찜함은 남는다.

■묘족의 선조가 된 치우의 사람들

   
고대 중국 최초의 전쟁으로 불리는 탁록지전에서 패한 동이족 치우 사람들은 구이저우(귀주)성을 중심으로 대륙 남방 일원에 분포하고 있는 묘족의 선조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은 장식으로 치장한 묘족의 아이. 은 장식은 쇠를 잘 다룬 치우를 상징한다.
남방 묘족(苗族) 신화는 탁록지전에서 패한 치우 부족 사람들이 만산(萬山)으로 도망쳐 내려와 그들의 선조가 되었다고 한다. 치우 세력 중 일부가 남쪽 구이저우(귀주)성 일원으로 내려갔다는 것을 사실로 굳혀주는 신화인 셈이다. 그렇지만 살아남은 또 다른 일부는 여전히 옛 터전 언저리에서 저마다 무리를 지어 삶을 꾸려갔을 것이다. 아무리 황제 세력이 패권을 장악했다 할지라도 아직은 근거지 가까운 일부 지역에만 위세가 미치는 느슨한 연맹 정도의 체제였을 테니 말이다.

아무튼 탕은 하 나라를 무너뜨리고 곧바로 자신들의 근거지이자 도읍인 박(亳)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정벌의 정당성이 온전하지 않았던 데다 하의 유민을 통제하고 주변 소국들을 견제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서에는 서박(西亳)을 갔다고 하는데 박의 서쪽이라는 의미이고 언사 언저리, 지금의 언사시 시향구(尸鄕構)로 보인다. 그곳에서 상 나라 때의 성지(城址)가 발견되었는데 남북 1.7㎞, 동서 1.2㎞ 규모의 거대한 성곽과 궁전 유적이다.

서박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얻은 뒤 박으로 돌아온 탕은 ‘탕고(湯誥)’를 지었다. ‘정도(正道)를 행하지 않으면 그대들의 나라가 존재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니, 그때 가서 나를 원망하지 말라’는 요지로 제후들에게 계고(誡告)하는 내용이다. 힘을 내세운 무시무시한 협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정교한 선전전도 있었다.

   
상 나라의 근거지인 박의 서쪽에 위치한 서박의 상성(商城) 궁전 모형도.
탕이 교외로 나갔을 때, 사방에 그물을 치고 ‘천하의 모든 들짐승 날짐승이 내 그물로 들어오게 하소서’라고 축원하는 사람을 만났다. 탕은 그에게 ‘어허! 그러면 씨가 마르지!’라고 꾸짖고서 세 면의 그물을 거두게 하였다. 그리고 축원하기를 ‘왼쪽으로 가고 싶은 것은 왼쪽으로 가거라. 오른쪽으로 가고 싶은 것은 오른쪽으로 가거라. 도망치고 싶지 않은 짐승만 그물 속으로 들어오거라!’ 했다. 제후들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탕의 덕이 지극하시구나! 금수에게도 이처럼 관대하거늘 하물며 사람에게야!’하고 감탄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야말로 채찍과 당근의 병행이다. 또한 영사(令師, 전령관)가 ‘탕서(湯誓)’를 지을 때 ‘나(탕)는 무용이 뛰어나다’라고 말해 무왕(武王)으로 칭해지기도 했으니 걸출한 무용과 함께 권력과 민심의 속성을 꿰뚫은 이였다.

   
■상의 관제와 엄정한 법제

‘상서(尙書, 書經)’에 따르면 왕이 직접 통치하는 구역은 내복구(內服區)라 하고, 그 외의 분봉지역은 외복(外服)이라 했다. 그중 내복구의 관리를 일반적으로 조관(朝官)이라 했는데 별표와 같다.

모두 다섯으로 나눠진 관제는 당시의 사회 여건을 고려하면 아주 잘 짜인 조직임을 알 수 있다. 법을 집행하는 기구와 관직도 있었는데 하대의 것을 기본으로, 아직 성문법은 아니지만 상당히 엄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직과 관련된 범죄 중 눈에 띄는 것으로 무풍죄(巫風罪) 음풍죄(淫風罪) 난풍죄(亂風罪) 등이 있다.

무풍죄는 ‘궁중에서 항상 춤을 추고, 집에서 취하여 노래하면 이것을 무풍이라 한다.’ 즉 술과 노래에 빠져 정사를 게을리하는 것은 직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니 이는 모직죄(侮職罪) 즉 정사를 모욕하는 죄라는 것이다. 음풍죄는 ‘재화와 여색에 빠지고, 유람과 사냥을 즐기면 이것이 음풍이다.’ 즉 관리가 재물을 탐하고 유희에 빠져 정사를 게을리하는 것은 실직(失職), 요즘의 독직죄인 것이다. 난풍죄는 ‘성인의 말씀을 가벼이 여기고, 충직한 말을 거스르며, 나이 많고 덕이 있는 이를 멀리하며 소인배를 가까이 하면 이것은 난풍이다’라고 했다.

살인, 도둑 등과 같은 일반적인 범죄는 특별히 규정하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이 죄로 동의하는 바이니 그것을 벌하는 것은 자연법적이라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관리의 직무에 따른 범죄 또한 죄가 되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일반 범죄와 조금 다르게 집행되는 것이 상례이다. 그것은 관리인 그들이 법을 집행하는 당사자이고 때로는 법을 제정하기도 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무풍, 음풍, 난풍 같은 도덕에 가까운 부분까지 죄로 벌한다는 것은 당시 국가권력의 엄정함에 대한 상징으로 보기에 충분한 것이다.

아무래도 도읍을 옮기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 유목적 성향이 강한 상족의 구상은 아닌 것 같다. 실제 탕은 하의 마지막 왕 걸을 내몰았을 뿐 그 뒤의 치적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내용이 전해지지 않는다.

■현신 이윤의 활약

   
탕왕을 도와 상 나라를 반듯한 국가 체제로 만든 이윤의 상.
지난 8회에서 이윤(伊尹)이라는 이름을 언급했다. 걸의 신하로 직언했다가 조롱을 당하자 상으로 도망친 이다.

‘이윤이 바른 정치를 공포하자 제후들이 모두 복종하였고, 드디어 탕이 천자의 자리에 올라 전국을 평정했다.’ ‘사기’에 나오는 기록이다. 마치 이윤의 덕에 탕이 천자에 오를 수 있었던 것처럼 보이니 위세가 여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윤의 원래 이름은 아형(阿衡)으로 탕의 장인인 유신(有莘)씨 집안의 노예였다가 시집가는 딸을 따라 탕에게 왔는데 요리를 잘했다. 음식을 올리면서 마주하는 기회를 이용해 탕에게 음식 맛을 예로 들어 천하정세와 그에 맞는 계책을 진언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 나라로 가 궁궐 주방을 책임지는 선관(膳官)의 직에 있었는데, 걸의 음황이 지나치고 부패가 심한 것을 목격하고 다시 박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혹자는 초야에 은둔한 처사였는데 탕이 다섯 번에 걸쳐 초빙하여 맞아들일 수 있었다고도 한다. 어쨌거나 주방과 관련된 비천한 일을 하면서 자신을 알아주는 주군을 찾아 떠돈 경세의 욕망가로 봐야 할 것 같다.

그런 이윤이 걸을 정벌하는 탕의 곁에 있었고, 총재(冢宰)라는 재상의 직에 오른 것이다. 그는 상에서 역법(상력·商歷)을 개정하고, 복색을 바꿔 흰색을 숭상했으며, 조회를 낮에 여는 것으로 정했다. 출신이야 어떻든 무용이 뛰어난 탕의 두뇌 역할을 하며 상을 번듯한 ‘國’으로 세운 현신이었던 것이다.


◆묘족 전통 축제 ‘자매절’… 처녀총각 모여 사랑 고백

- 외부와 접촉 힘든 열악한 환경, 부족 내부에 근친혼 막기 위해 매년 3월 15일 타 부족과 교류

   
처녀총각들의 짝짓기 한마당인 자매절 축제 때 마을노인들이 축하 연주를 하고 있다.
현재 묘족 인구는 1300만 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중 950만여 명은 중국 땅에서 살고, 나머지는 국경을 맞댄 라오스·베트남·미얀마·태국 등 동남아지역에 주로 거주하며 드물게는 미국 호주 등지로도 진출했다. 중국에서는 구이저우(귀주)성에 약 400만 명이 살고, 나머지는 후난(호남)·윈난(운남) 등 주로 창장(장강) 남쪽 지역에 흩어져 산다. 분포지역이 넓은 만큼 오랜 세월동안 많은 이동을 했다는 의미이며 그만큼 고난도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묘족이 그나마 우리 귀에 익숙해진 것은 유명한 영화 ‘동방불패’를 통해서다. 영화에서도 보았지만 오늘날 묘족의 주 터전인 구이저우성은 산 높고 골 깊은 산악지역으로 다랑이논이 대부분일 정도로 삶이 열악한 환경이다. 그 깊은 골짜기마다 가까운 부족 위주로 소규모 터전을 일궈 살다 보니 여차 근친혼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매년 음력 3월 15일 가깝고 먼 곳의 처녀총각들이 한 마을에 모여 한바탕 축제를 즐기며 서로 마음이 가는 짝을 만나는 ‘자매절(姉妹節)’이라는 행사가 있을 정도이다.

묘족은 처음부터 열악한 구이저우 지역에 터전을 일궜던 것일까. 아니다. 황허유역에 하족을 비롯한 여러 족이 서로 다투며 國의 체제를 갖춰갈 때 그들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창장 남쪽에도 저마다 무리를 지어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중국의 기록과 연구에 따르면 창장 중상류에 해당하는 쓰촨(사천)·충칭(중경) 등지에 살던 이들이 인구 증가와 강(羌)과 같은 다른 족의 이동 여파로 창장 하류 유역으로 이동했고, 황허유역에서 남하한 염제 세력과 어우러져 탁록지전을 치렀던 것으로 본다. 또한 ‘묘’의 중국어 발음은 ‘먀오’인데, 고대의 유사한 발음 속에는 ‘목(牧)’ ‘몽(蒙)’ ‘모(摸)’ ‘모(毛)’ 등 다양한 의미가 있었다. 모두 유목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니 그들의 정체성을 짐작할 수 있다.

   
아무튼 탁록지전 이후 창장 남쪽으로 이동한 그들은 춘추전국시대에는 초(楚) 등 남방 강국에 힘을 보태기도 했지만 결국은 주류 세력에 밀리며 점차 깊은 산악지대로 들어가야 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많은 소수민족이 주류세력에 흡수되어 정체성을 상실했지만 그들은 오롯이 살아남은 것이다. 그 바탕은 주체성과 함께 탁록지전에서 보인 강인한 전투력이었지만 그로 인해 역사시대 내내 핍박받고 저항하며 남방 곳곳으로 쫓겨야했다. 잊혔던 그들의 행보와 동이족과의 끈끈한 인연은 이어질 이야기에서 수시로 만나게 될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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