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비핵화 탓 北 내부서도 반발
- 제재 해제로 경제·체제 안정 시급
- 협상 속도놓고 두 정상 ‘온도 차’

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합의 속도에 관한 인식 차이가 회담 결렬의 ‘복선’을 깔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전 10시50분 단독 회담에 앞선 모두 발언 시간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체제 안정을 위해 빠른 합의가 필요한 김 위원장의 입장 차이가 단적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를 3번 이상 언급하며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핵실험이 필요 없다. 서두를 필요 없다”고 거듭 발언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듣던 김 위원장은 혼잣말처럼 “우리에겐 시간이 귀중한데”라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28일 베트남 하노이 베트남-소련 우전노동문화궁전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취재진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 조절론을 처음 공식화한 것은 1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인 지난해 6월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국 내 한 유세연설에서 북미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던 중 북한 비핵화 과정을 칠면조 요리에 빗대 “서두르면 스토브에서 칠면조를 서둘러 꺼내는 것과 같다”고 했다. 스토브에서 충분히 오래 익혀야 먹기 좋은 상태가 되는 칠면조 요리처럼 북한의 비핵화도 서두를 것이 없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제재를 전체적으로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우리(미국)는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은) 상당히 많은 부분 비핵화 의지가 있었지만 완전하게 제재를 완화할 준비는 안 돼 있었다”고 말했다. 가속 페달을 밟는 북한에 대해 미국은 한 템포를 늦추며 ‘속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이렇게 ‘천천히’를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김 위원장은 조속한 협상 타결이 절실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계기로 종전 ‘핵·경제병진노선’ 대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사회주의 강국’ 건설 전략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를 선언했고, 5월에는 전 세계 언론을 초청해 풍계리 핵실험장의 3개 갱도를 폭파하는 방식으로 비핵화의 의지를 공표했다. 이런 조치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면 궁극적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조치 완화와 체제 안전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북한 내부의 반발을 감수하고서라도 강력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경제를 살리려는 차원에서 제재 해제가 급했다는 얘기다.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