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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프롤로그> 왜 중국인 이야기인가

알다가도 모를 두 얼굴의 중국… 21세기 축복인가 재앙인가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2-12 19:12:15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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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한 권력은 공동체 번영 부르나
- 혼자만 영위하면 파탄에 이르러
- 中 일대일로는 대국굴기의 단면
- 부러움과 두려운 존재로 떠올라
- 이민족에 지배당한 역사조차
- 자국 위주로 과장하며 감추고
- 정국 불리해질 땐 고개 숙이지만
- 한 번 윽박지르면 감당키 어려워

2018년 기준 GDP(국민총생산) 약 14조9000억 달러, 세계 2위. 영토 959만6960㎢, 러시아 캐나다 미국에 뒤이은 세계4위(한반도 44배, 남한 96배). 인구 약 14억 명, 단연 세계 1위. 모두가 알고 있는 오늘날 중국의 외형이다.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G2’라는 표현이 공공연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일출 시간에 맞춰 열리는 중국 베이징 텐안먼(천안문) 광장에서의 국기게양식에는 매일 두 시간 전에 가야 좋은 자리를 잡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난 송(宋)나라 시대 경제 규모는 세계 GDP의 약 50%에 달했다는 비공식 통계가 있고, 명(明)·청(淸) 시대 전성기에도 40%에 이르렀다 한다. 청 말에 이르러 서구의 흥기와 더불어 급격히 쇠락하며 병든 용의 모습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 다시 지구촌 전역에서 오성홍기를 펄럭이며 부러움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작은 공동체에도 절대 우위의 힘이 등장하면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그 힘이 이웃을 배려하고 상호번영을 지향하면 축복이 되지만 오직 자신의 우위만 강화하면 갈등과 다툼, 기어이는 파탄의 결과를 낳기 십상이다. 하물며 지금 중국의 힘과 행보는 전 지구적 차원이다. ‘21세기 실크로드’로 포장된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과 전략은 과연 ‘실크로드 경제벨트’ ‘하나의 길’이기만 할까.
   
시위 현장 속 두 얼굴(표정)을 가진 중국인. 중국인들은 구호를 외칠 땐 격하지만(사진 왼쪽) 돌아서면 평범한 시민으로 변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일대일로의 진실은 과연 무엇

중국 내륙에서 시작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육상 일로’는 13세기 몽골의 영웅 칭기즈칸이 사상 최대의 대제국을 이루며 서쪽으로 내달렸던 그 길을 연상케 한다. 중국 남방에서 시작해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를 거쳐 유럽과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해양 일로’는 15세기 초반 명나라 영락제에 의해 시행된 ‘정화 대원정’과 판박이다.

칭기즈칸의 서진은 세계 지배의 욕망이었고 그들의 기마군단이 닿는 곳마다 시산혈해를 이루며 오랜 세월 공포의 기억을 남겼다. 정화 대원정은 80년쯤 후 시작된 서구의 ‘대항해시대’에도 상상할 수 없던 어마어마한 규모의 선단이었다. 1차 항해의 모선은 길이 137m, 폭 56m에 달했고 도합 62척의 함선과 2만7800명의 인력으로 구성됐다. 그 압도적인 위세 때문인지 전후 7차례의 항해 도중 몇 차례 군사적 충돌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나라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일종의 ‘조공 무역’으로 마무리되었다. 영락제가 죽고 뒤를 이은 홍희제가 대원정을 중단하지 않았다면 어떤 결말이었을까.
   
2012년 댜오위다오 사태와 관련한 중국 인민의 시위 모습.
국가의 전략과 정책은 외부적 상황과 내부적 요인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지만 1인이든 소수든 ‘독재’ 체제라면 내부적 불만은 시간의 흐름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 그 발화와 폭발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시선과 초점을 외부로 돌리는 것은 필연적이다. 중국은 세계 4위에 달하는 방대한 영토이지만 대략 3분의 1은 사람이 살기에 매우 척박한 환경이다. 물론 그런 불모지역 일부에서는 경제성 높은 천연자원이 또 다른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문제는 인구와의 조화다. 비슷한 규모의 영토를 가진 미국의 경우 3억3000만 명, 캐나다는 3700만 명 정도이다. 심지어 러시아는 1억5000만 명에도 못 미치니 14억 넘는 인구는 중국 정부에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세계 2위에 달하는 GDP도 전체 인구수와 비교하면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강한 의지와 권력을 가진 지도자의 입장에서 G2는 확실히 매력적이고 든든한 힘이다.

중국에 관심을 둔 것은 20년쯤 전이다. 남북관계 소설 취재를 위해 동북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에 갔다가 서남쪽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으로 가기 위해 베이징(北京)에 들렸다가 우연히 보게 된 그 대단한 만리장성에 허탈하고 분노했다. 과연 장성이라는 보잘 것 없는 담장이 얼마나 국경을 지켜주었기에 수많은 사람의 피땀을 빼앗아 쌓았을까, 그 아둔함이라니! 그러나 다시 비행기를 타고 쿤밍으로 향하면서는 혼란과 두려움에 빠졌다. 이 방대한 대륙을 변변한 정보통신수단도 없이 어떻게 2000년 넘게 나름 일사분란하게 통치했으며 그 힘은 무엇이었을까.
   
매일 일출 두 시간 전부터 모여들어 인산인해를 이루며 국기게양식에 감동하는 중국 인민.
출장 가듯 비행기에 몸을 싣다가 아예 중국으로 주거를 옮겼다. 기껏 한 달을 체류할 수 있는 비자였으니 때가 되면 홍콩이건 미얀마건 몽골이건 국경을 넘었다가 다시 입국스탬프를 받아야 했고, 서울을 다녀가기도 했다. 베이징 아파트는 베이스 캠프였고 수시로 역사 유적지로 떠났다. 황허(黃河) 발원지를 찾아간 칭하이(靑海)성에서는 해발 4000m면 사람의 얼굴이 축구공처럼 부풀어 오른다는 것을 알고 고산증에 허덕이면서도 눈앞에 쏟아지는 은하수 별 무리에 탄성을 터트렸다. 서울대 박한제 교수의 고증을 따라 디즈니 영화 ‘뮬란’의 여주인공 목란(木蘭)의 무대 통만성(統萬城)을 찾아서는 그 쓸쓸한 폐허의 석양에 까닭모를 눈물을 짓기도 했다.

처음부터 중요하게 여겼고 갈수록 절감한 것은 현장과 사람이었다. 나 역시 시작은 책 ‘통사(通史)’였다. 하지만 현장은 수시로 다른 모습이었다. 까닭은 중국인이 쓴 그들의 역사를 의존하고 번역한 때문이었다. 자국 위주의 과장과 감추기, 포장에 달인인 그들이 아닌가. 두 번을 가고 세 번을 가자 폐허의, 혹은 개조된 유적의 속살이 말을 걸어와 보지 못한 것을 엿보게 했다. 달련된 지식인은 틀을 벗어난 질문에 그 능숙한 언변으로 난감함을 감추려다 진실의 실마리를 흘리기도 했고, 장삼이사의 몇 마디에 새로운 눈을 뜨기도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날 충칭(重慶)시에 있었다. 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은 개막식을 보여주고 젊은이들은 열광하는데 골목 안 노포(老鋪) 앞의 장기판을 펼친 노인들은 무심했다. “올림픽 개막식은 안 보느냐”고 물었더니 “거긴 베이징이고 여긴 파(巴)의 충칭인데 뭐”라고 하지 않는가. 여기서 ‘파(巴)’는 충칭지역을 중심으로 한 고대국가이며 ‘촉(蜀)’과 함께 삼국지 ‘파촉’의 한 축이다. 그 대꾸에 담긴 함의(含意)란….
   
베이징 텐안먼(천안문) 광장에서 일상화된 검문검색. 인민은 순종할 뿐이다.
■알다가도 모를 중국의 정체는

우리는 그런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수천 년을 부대끼며 살아왔다. 참으로 대단한 것은 이민족에 지배당한 역사조차 자신들의 것으로 버무려 ‘수천 년 중화민족’을 만드는 그들 곁에서 여전히 우리를 지켜왔다는 사실이다. 지난 몇 십 년, 아마 유사 이래 처음으로 그들 앞에서 고개를 세웠지만 ’사드(THAAD) 사태‘에서 섬뜩하게 목격했고 아직도 그림자가 남아 있다. 변방 윽박지르기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바탕이 되는 그들의 굴기(屈起)는 경제·외교·국방을 넘어 우주로까지 뻗쳐나가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은,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고개를 숙이거나 도망치지만 힘이 커지면 그에 기대어 쓰나미가 되는 중국인이니 그래서 ‘중국인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이유이다.

한 달을 공부하면 박사, 반 년을 공부하면 석사, 일 년을 공부하면 학사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알면 알수록 그들을 알 수 없다는 의미이다. 꼬박 14년을 그 땅에 머물며 부대끼며 공부랍시고 싸돌아다녔으니 아마 유치원생쯤 될 거다. 그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니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1편을 ‘그 대단한 화하(華夏)의 시원을 만나다’로 시작한다. ‘중화민족’ ‘한족(漢族)’의 원류인 ‘화하족’ 시원의 땅에서 중국 문명과 중국인 탐구의 문을 여는 것이 마땅할 것 같아서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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