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완전한 비핵화’ 수용 여부

- 美 성 김-北 최선희 실무회담
- 하루 전까지 두 차례 이견 조율
- 공동선언 반영 시 문구에 촉각

# 북미 간 후속회담 가능성

- CVIG 포괄적 합의 땐
- 핵탄두·ICBM 조기 반출
- 종전선언·美 자본 투자 등
- 일정표·방법론 구체적 관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를 위한 북미 양측의 합의 수준과 북미 회담 이후 이른바 ‘싱가포르 공동선언’ 형식의 외교적 결과물이 나올지 등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판문점에서 비핵화 핵심 의제를 조율한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남겨둔 11일에도 오전과 오후로 나눠 실무회담을 한 점을 고려하면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 마지막까지도 양측이 이견을 보인 부분이 상당히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승부사적 기질이 다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대면한 자리에서 통 큰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는 관측에도 여전히 힘이 실린다.

	11일 한 외신기자가 싱가포르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관련 기사를 읽고 있다. 싱가포르로이터연합뉴스

■ 비핵화 ‘초기 조치’에 주목

이번 북미 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싱가포르 공동선언’에 들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은 애초 주장해온 CVID 카드를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은 한반도의 CVID가 받아들일 유일한 결과라는 점을 거듭 밝혀왔다”며 협상 마지노선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CVID에 대해 ‘패전국에나 적용하는 방식’이라며 비핵화 단계별로 중간 보상이 이뤄지는 동시적·단계적 비핵화 방식에서 양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세기의 담판에서 북미 두 정상이 핵심 사항인 비핵화 방법론에서 어떤 결단을 내느냐에 따라 북미 회담의 성패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큰 틀에서의 합의가 이뤄지면 북미가 서로에게 얼마나 성의 있는 카드를 꺼내놓을지도 관심사다. 북한의 경우 ▷영변 핵시설 사찰단 1~2개월 내 복귀 ▷핵탄두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기 반출·폐기 ▷미신고 핵시설 공개 등이, 미국의 경우 북미관계 진전 상황에 따라 ▷종전 선언 및 대북 불가침 공약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대북 제재 단계별 해제 ▷평화협정 체결 및 국교 수립 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거론된다. 다만 오랜 시간 적국의 입장이던 북미가 이 같은 카드를 허심탄회하게 꺼낼 것인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애초 ‘빅딜’식 해법을 강조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과정’을 강조하는 것도 싱가포르 회담 이후 추가적인 북미 회담에서 이 같은 세부 사항에 대해 합의를 진행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 북미 ‘셔틀’ 정상회담 가능성은

북미 회담에서 ‘싱가포르 공동선언’ 형식의 결과물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첫 북미 회담이 무난하게 끝난다면 이 같은 성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비핵화 방식’이라는 가장 큰 지뢰를 해결하지 못한 채 회담이 시작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회담장을 뛰쳐나오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싱가포르 선언이 도출되더라도 구체적인 향후 일정표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존 울프스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비확산담당 선임국장은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이번 회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두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이 목표가 현실적인 기간 안에 달성되도록 비핵화 조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공동성명이 이번 회담에서 채택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회담이 향후 북미 셔틀 회담으로 이어질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이 잘 추진된다면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악명 높은 트럼프식 악수가 북미 정상의 첫 대면에서 이뤄질지, 또 한때 서로를 ‘리틀 로켓맨’ ‘미친 개’라고 비난하던 두 사람이 실제 만났을 때 어떤 표정으로 인사할지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10대 중반에 스위스 베른의 공립학교에 다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 등 개별 접촉 때 통역 없이 영어로 ‘밀담’을 나눌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