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 아베’ 경쟁 구도 부각
- 민심 이반 돌릴 수 있을진 미지수

잇단 사학 스캔들로 지지율이 20%대까지 곤두박질치며 최대 위기에 몰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일 오후 분위기 반전을 위한 개각을 단행했다. ‘사학스캔들’로 인해 급전직하한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아베의 승부수로 볼 수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일 도쿄의 총리 관저로 들어서며 손인사를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개각과 당직개편을 단행했다. AP 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이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통해 새로운 내각 진용을 공식 발표했다.

각료 19명 가운데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관방장관 등 5명은 유임됐다. 처음 입각자는 6명, 각료 경험자는 8명이었다. 여성 각료는 종전 3명에 2명으로 줄었다.

새 외무상에는 군 위안부 관련 고노 담화를 낸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의 아들인 고노 다로(54) 전 행정개혁담당상이 기용됐다.

자위대 문서 은폐 논란 속에 물러난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의 후임에는 적 기지 공격력 강화를 주장해온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방위상이 임명됐다. 우정담당상 경험이 있는 노다 세이코 전 자민당 총무회장은 총무상에 기용됐다. 2015년 9월 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에 맞서 출마하는 방안을 한때 검토했던 그는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스가 관방장관

일단 정치권에서는 아베 총리의 이번 인사에 대해 ‘경험’과 ‘안정감’을 중시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반된 민심을 다잡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평가를 유보하는 분위기다.

아소 부총리 겸 재부상이나 스가 관방장관 등 측근 그룹 일부는 자리를 지키며 앞으로도 아베 총리를 지근거리에서 돕게 된다. 아울러 당 정조회장에 기용되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의 행보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2차 아베 내각 발족 이후 4년 반 이상 외무상을 맡아오며 아베 정권의 외교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아베 총리 이후의 자민당 당권과 총리직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포스트 아베’ 구도다.

정치권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기시다 외무상을 대표적인 차기 주자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기시다 외무상을 주요 당직에 배치함으로써 일단은 자신의 든든한 우군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시바 전 간사장 파벌 소속 의원도 입각하는 등 이번 개각에서 아베 총리는 ‘포스트 아베’ 주자군들 간의 경쟁 구도까지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여성 각료인 노다 총무상 내정자는 벌써 일본 언론에서 이시바, 기시다와 함께 ‘빅3 차기 주자’로 분류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