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22)가 19일(현지시간) 사망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북한여행 금지론'에 무게가 실린 상태에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의회와 행정부가 이미 북한여행을 금지,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던 상황에서 웜비어의 사망은 이 같은 논의가 현실화되는 데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지 언론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보도를 통해 "웜비어 사망이 의회 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것을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민주당 애덤 시프(캘리포니아), 공화당 조 윌슨(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관광 목적의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하, 이외 방문객에도 정부가 사전허가를 내리도록 하는 내용의 '북한여행통제법'을 발의했다.

지난 14일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하원 외교위에 출석해 "북한에 일종의 여행비자 제한 조치를 취할지 검토해왔다"며 "아직 최종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계속 고려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의회 법안 발의와는 별개로 정부 차원에서 북한 여행 금지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릴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웜비어는 북한을 관광하던 중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를 받아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았는데, 그가 송환 엿새 만에 숨지고 가족들은 "북한에서 끔찍한 고문과 학대를 받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또한 여행 금지 논의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WP는 또 그간 북한여행 금지에 대해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던 상원도 웜비어 사망을 계기로 태도를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웜비어가 사망하기 전에도 "왜 미국은 북한여행을 금지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하는 내용의 보도를 내기도 했다.

서방에서 북한을 찾는 여행객은 연간 5000명 수준이며, 이 가운데 미국인은 1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WSJ에 따르면 북한 여행은 '금단의 땅'을 밟는 것 자체를 매력적으로 여기고 이색 경험을 추구하는 관광 수요층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소한 경범죄만으로 북한 당국에 억류될 수 있다는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