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대로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에너지장관 회의의 공동 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G7 에너지장관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 왼쪽부터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무장관, 알젠리노 알파노 이탈리아 외교장관,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교장관,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 기시다 일본 외무상.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카를로 칼렌다 이탈리아 경제개발부 장관은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파리기후협정 등 에너지 정책들을 재검토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G7 에너지장관 회의 공동 성명 채택을 내놓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G7 개별 장관회의는 회의 후 공동 성명 채택을 관례적으로 해왔으나 칼렌다 장관은 미국의 망설임으로 만장일치가 불가능해져 공동 성명을 채택하지 못했다고 말하면서도 회의에서 특별한 갈등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앞서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주요 탄소 배출 규제를 해제하는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에 서명해 파리기후협정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 일으켰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 약속된 기후변화 취약국가에 대한 수천억 달러의 원조 계획을 지키지 않을 것을 이미 천명한 가운데 이번 G7 에너지장관 회의의 공동 성명 채택도 무산됨에 따라 미국의 탄소배출 규제 철폐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회의장 밖에서는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G7 국가들에 파리기후협약이 규정한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G7 에너지장관 회의에는 주최국 이탈리아를 포함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일본 7개국 에너지장관이 참석해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병합 이후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안보 지원 협력, 천연 가스의 미래 역할 확대, 에너지 분야에서의 사이버보안 증강 등에 대해 합의를 도출했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