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당 주변 웨스트민스터 다리
- 현대차 i40로 인도 행인 덮쳐
- 목격자 "대학살 현장 같았다"
- 60대 한인 인파에 떠밀려 중상

- 경찰 "용의자 1명 사살·7명 체포"
- 극단주의 단체 "범인 40대 무슬림"

영국 런던 의사당 주변에서 22일(이하 현지시간) '승용차 테러'로 용의자 포함해 4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다쳤다. 특히 중상을 입은 박 모 씨(67·여)를 포함해 한국인 관광객 5명도 부상했다. 또 당시 현장에 한국인 관광객 23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참사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경찰은 이번 테러와 관련해 확보한 버밍엄 등 주소지 6곳을 급습해 7명을 체포했다고 23일 밝혔다. 그러나 마크 로울리 치안감은 "우리는 여전히 범인이 단독으로 행동했으며, 국제적 테러리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은 오후 2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간 시작됐다.

여느 때처럼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웨스트민스터 다리 위에서 갑자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의사당 방면으로 질주하던 회색 현대차 i40가 인도로 넘어 행인들을 향해 무차별 돌진을 시작한 것. 차에 치인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주변에 있던 다른 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현장을 피하려는 사람들에 떠밀려 넘어지면서 다치는 이도 속출했으며, 일부는 다리 바로 옆 템스 강물로 뛰어들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다리를 건너다 현장을 지켜본 제임스 셰리프는 영국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속 70마일(약 112㎞)로 달렸던 게 분명하다"면서 "(차에 치인) 수십 명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라 날아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대학살 현장 같았다"고 덧붙였다.

다리 위 광란의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용의자는 차량을 다리 끝으로 몰고 간 뒤 또다시 인도를 침범하더니, 의사당 건물을 둘러싼 검은 철책을 들이받았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행인이 다쳤다.

용의자는 잠시 뒤 차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옷을 입은 그는 칼을 들고나와 의사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다가 입구에 서 있던 경찰 2명에게 칼을 휘둘렀고, 이중 용의자를 제지하려던 경찰관 키스 파머(48)를 수차례 찔렀다. 용의자는 파머가 결국 바닥에 쓰러지자 도주하려 했지만 사복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은 아직 용의자 신원과 범행동기 등에 관한 정보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극단주의 모니터단체 시테는 테러범이 이슬람 설교자 아부 이자딘(42)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시테에 따르면 이자딘은 2006년 영국의 대테러법에 따라 불법단체로 규정된 알부라바의 전 대변인이다. 이자딘은 앞서 2008년 테러 자금 모금과 국외 테러 조장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2009년까지 복역했다고 시테는 설명했다.

인터넷에 유포된 정보를 종합하면 이자딘은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무슬림으로 개종 전 이름은 트레버 브룩스로 알려졌다.

한편 당시 의회에 있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급히 다른 곳으로 피신했고 긴급 안보회의를 소집했다. 메이 총리는 긴급 안보회의를 주재한 뒤 이번 테러를 "역겹고 비열한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이어 "폭력과 테러를 통해 이들 가치를 파괴하려는 시도는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