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화당 내 유력인사 30여 명
- 지지 철회·후보 사퇴요구 쇄도
- 트럼프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

미국 공화당이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다시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잇단 '음담패설 녹음파일 유출' 파문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는 자신의 딸 이방카를 성적 대상으로 묘사하는 발언마저 서슴지 않았다. 이에 당내 유력 인사들은 트럼프에 대한 지지철회와 사퇴를 잇따라 요구하고 있다.

■'음담패설' 잇단 폭로 파문

미국 CNN방송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가 라디오 DJ 하워드 스턴과 한 인터뷰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 농담과 혐오성 발언이 담긴 미공개 파일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2004년 스턴이 이방카에 대해 "피스 오브 애스(a piece of ass·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매력적인 여성을 지칭하는 말)라고 불러도 되겠느냐"고 묻자 이에 동조하며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 딸 이방카는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2006년에도 스턴이 "(이방카가) 전보다 더 육감적으로 보인다"면서 가슴확대 수술을 했는지 묻자 이를 부정하며 "그녀는 언제나 육감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1997년 출연 당시 흑인 여성과의 잠자리 경험에 관해 이야기하며 "매우 어리고 아름다운 여자였다. 고등학교나 그래머스쿨(대학입시 대비 인문계 중등학교), 그런 곳에 다니는 매우 핫한 소녀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 밖에도 17년 넘게 스턴의 방송에 출연해 생리 중인 여성과의 성관계, 한 번에 여러 사람과의 잠자리, 아내와의 사생활 등에 대해 털어놓는 등 외설적인 대화를 서슴지 않았다.

앞서 지난 7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005년 당시 녹음된 트럼프의 음담패설 파일을 공개했다. 그는 당시 대화에서 유부녀를 유혹하려 한 경험담을 상스러운 표현까지 동원해 설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있다.

■줄을 잇는 후보 사퇴 요구

공화당 인사 30명은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거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의회전문지 더힐 등에 따르면 2008년 공화당의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매케인 의원은 성명을 통해 "여성에 대한 모욕적 발언, 성폭력에 대한 자랑이 폭로되면서 마무리된 트럼프의 이번 주 행동들은 그에 대해 조건부 지지를 계속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공화당 인사는 매케인 의원 외에 켈리 에이욧 상원의원(뉴햄프셔), 롭 포트먼 상원의원(오하이오), 로버트 벤틀리 앨라배마 주지사, 제이슨 샤페츠 하원의원(유타), 게리 허버트 유타주 주지사, 프랭크 로비온도 하원의원(뉴저지)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알래스카), 톰 루니 하원의원(플로리다) 등 9명이다. 이 중 다수는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를 대선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펜스 역시 "트럼프의 발언과 행동에 상처받았다. 그의 발언을 용납하거나 방어할 수 없다"며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의 위스콘신 합동 유세 계획을 취소했다.

트럼프의 후보 사퇴 촉구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 내 서열 3위인 존 튠(사우스다코타) 상원 상무위원장은 트위터에서 "지금 당장 트럼프는 후보를 사퇴하고 펜스가 우리 당의 후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사퇴를 공식 촉구한 공화당 인사는 현재까지 21명에 이른다.

트럼프는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그대로 선거전에 남아있을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100%"라고 답했다. 유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