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TV토론. 블룸버그 캡쳐

미 대선 TV 토론에서 힐러리와 도널드 트럼프는 90분 내내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초반 다소 절제된 용어를 사용하며 점잖은 토론을 시도했으나, 첫 질문인 미국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재창출 문제를 넣고 엇갈린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며 충돌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상호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힐러리을 향해 "대통령이 되려면 강한 체력이 필요한데 스태미나도 없고 대통령이 될 얼굴도 아니다"고 비아냥거렸고, 이에 힐러리은 "트럼프를 '여성·인종차별주의자'라고 규정하면서 "트럼프는 과거 여성을 돼지, 굼벵이, 개로 불렀다"고 반격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여성비하 발언에 대한 힐러리의 공격에 "로지 오도넬(거구의 여성 코미디언)만 그렇지 다른 사람은 아무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힐러리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고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받아쳤다. 트럼프는 힐러리에 대해 "경험이 많지만 나쁜 경험이 많다"고도 조롱했다.

토론 진행자인 NBC방송 심야뉴스 앵커 레스터 홀트가 두 사람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과 트럼프의 납세보고서에 관한 질문을 꺼내면서 TV토론장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힐러리이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 것은 실수였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중간에 끼어들며 "그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힐러리이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납세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공격하자, 트럼프는 "힐러리이 이메일 3만 건을 공개하면 곧바로 납세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맞섰다.

힐러리은 "트럼프는 비즈니스 시작할 때 1400만 달러를 아버지한테 받았다"며이른바 '금수저론'을 제기했고, 이에 트럼프는 "아버지는 나에게 많은 돈을 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힐러리은 트럼프의 파산 경력과 함께 그가 수많은 직원에게 보수를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고 공격했고, 이에 트럼프는 "그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이날 본인의 발언 시간 또는 상대방이 발언하는 도중 중간중간 상대에 대한 견제구도 날렸다. 끼어들기와 말 자르기를 하는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힐러리은 일자리 관련 답변에 앞서 갑자기 "도널드 트럼프! 당신과 함께 (토론)하게 돼 반갑다"고 말했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트럼프는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또 트럼프가 "당신보다 더 크게 말해 말을 끊어야겠다"고 말하자 이번엔 힐러리이 웃으면서 "내 웹사이트에 가면 트럼프 발언의 사실 여부에 관해 확인할 수 있다"고 가볍게 넘겼고, 그러자 트럼프도 이에 질세라 "내 웹사이트도 보라"고 즉각 반격했다.

CNN 방송이 잠정 집계한 두 후보의 발언 시간은 총 90분 가운데 힐러리 37분, 트럼프 42분이었다. 나머지 11분은 토론 진행자 홀트의 발언 시간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토론에 대해 전체적으로 힐러리이 공격하고 트럼프가 방어하는 분위기였다고 평가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