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국제정치에도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 브렉시트로 촉발된 고립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미국에 적지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25일(현지시간) 사설에서 "영국인이 EU 탈퇴를 선택하면서 EU는 부정당하고 패배했다"면서 "안전과 국경 강화 요구 등 투표에 드러난 민심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 다우닝 10번가에 24일(현지시간) 모여든 시위대가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를 비교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존슨 전 시장이 영국을 세계에서 고립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영국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한 가장 큰 이슈는 이민과 세계화였다. 영국에서는 EU 관료주의자들에 대해 불만이 팽배해 있는 데다 세계화로 이민자 증가와 자유무역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뒤이은 남유럽발 재정위기로 유럽 전역에서 일자리가 감소하고 청년 실업률이 치솟았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는 세계화와 이민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럽에서 민족주의와 신고립주의가 얼마나 확산했는지 보여주는 좋은 증거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이미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유럽 각국의 극우정당은 EU 탈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의 포퓰리즘 정당들은 EU 탈퇴 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유럽을 지탱하는 양대 기구인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서 미국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해온 영국의 이탈은 미국이 의존해온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에 '힘의 공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외개입을 주축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뿌리부터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브렉시트는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도 적지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EU 탈퇴 결정이 반이민과 고립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권 가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측된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는 구호를,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우리나라를 되찾자'는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는 영국의 EU 탈퇴 결정에 대해 "그들의 국가를 되찾았으며, 그것은 위대한 일"이라고 환영했다. 유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