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이 난민 유입을 줄이려 온갖 궁리를 짜내고 있지만, 난민들은 '유러피언 드림'을 접기보다는 점점 더 위험한 새 밀입국 경로로 향하고 있다.

27일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선에서 숨진 아기를 구조대원이 안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그리스 서부의 레프카다 섬에서 27㎞ 떨어진 앞바다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 29명이 표류하던 중 그리스 해양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그중에는 4, 5살 난 어린이 두 명도 있었다. 올해 3월 마케도니아의 국경 통제로 그리스에서 북상하는 육로가 막히고 나서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건너가려는 난민이 구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프카다는 지중해 중에서도 터키에서 가까운 에게해 섬이 아니라 이탈리아에 가까운 이오니아해 섬이다. 이탈리아와의 거리는 240㎞다.

이번 난민구조처럼 그리스-이탈리아 항로가 난민들에게 새로운 밀입국 경로가 됐다면 지중해의 비극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지난해 유럽에는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전쟁을 피해 130만 명의 난민이 몰려들었으며 대다수가 터키에서 보트를 타고 그리스에 도착하고 나서 육로로 발칸반도를 지나 서·북유럽 부국으로 향했다. 거센 난민 유입에 두 손을 든 발칸 국가들은 속속 국경을 통제했고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의 대책 마련 요구로 그리스에 도착한 '부적격' 난민을 터키로 되돌려 보내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송환협정이 협상 조건을 둘러싼 양쪽 불화와 터키로 송환된 난민들이 처하게 될 열악한 상황 등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비판 속에 와해 위기를 맞은 가운데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경로가 급격히 재부상했다. 또 이번에 이오니아해에서 난민이 구조된 것처럼 그리스에서 육로로 북상하지 못하고 발이 묶인 난민들이 이탈리아 항로로 방향을 틀었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터키 해안에서 가까운 그리스 에게해 섬까지 가는 길보다 지중해 한복판을 통과해 이탈리아로 향하는 길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멀고 그만큼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다. 고향에서의 전쟁과 궁핍한 삶을 버리고 유럽으로 건너가려는 난민들은 밀입국 알선업자들에게 수천 달러를 내고 얇은 구명조끼 하나 입은 채로 정원을 훨씬 초과한 작은 배에 몸을 싣는다.

최근 인터폴과 유로폴 발표에 따르면 유럽행 밀입국은 알선 조직들이 지난해 50억∼60억 달러(5조9000억∼7조 원)를 벌어들였고 유럽 난민정책의 변화에 따라 '사업 방식'을 유연하게 수정하는 등 거대한 사업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