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해안의 한 휴양도시에 10만 마리 이상의 박쥐가 몰려들어 해당 지역 전체가 1주일 이상 마비돼 '비상사태'에 빠져들었다.

사진-ABC 방송 캡처

호주 현지 언론은 26일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300㎞ 떨어진 베이트만스 베이 주민들이 박쥐떼로 사실상 집안에 갇혔다고 보도했다.

박쥐떼로 인한 소음, 먼지, 악취뿐 아니라 정전 피해까지 생겼다. 특히 단 1주일 만에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데다, 부동산 가격마저 급락하는 날벼락을 맞았다.

이들 박쥐떼는 호주의 박쥐 중 가장 큰 몸길이 25㎝ 가량의 '회색머리 날여우 박쥐'(grey-headed flying fox)로, 호주 내 전체 개체수의 20% 내지 25%가 현재 이 지역에 몰린 것으로 지역정부는 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아예 박쥐떼에 대해 '자연 재해'라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주민들은 집 안에 갇혀 고립감과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 박쥐는 계절을 바꿔 이동하는 데 수 년전부터 이 지역을 서식지로 삼기 시작했고 그 수가 갈수록 크게 늘어 최근의 상황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는 갈수록 커가고 있지만, 이들은 취약종으로 보호를 받고 있어 당국이 함부로 죽일 수도 없다.

대책팀으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는 만큼 소음이나 먼지 내는 것을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들이 자리를 잡을 나무들을 베어내는 정도로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보호 단체들은 박쥐들이 준비됐을 때만 자발적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현재로는 인내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정부는 사실상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다른 곳에 서식처를 마련하기 위해 250만 호주달러(21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추가로100만 호주달러(8억5천만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