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종차별 막말에도 지지율 상승

- 캐스팅보트 쥔 히스패닉계 비토
- 실제로 대통령 될지 장담 못해

미국 부동산 재벌 도널드 존 트럼프(69)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트럼프는 '마지막 승부처'로 여겨졌던 3일(현지시간) 인디애나 주 경선에서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을 꺾고 압승했다. 이에 따라 막말과 기행을 일삼은 극우 선동가이자 부동산 재벌인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실제 대통령이 될지 주목된다.

	힐러리(왼쪽), 트럼프

■문제아가 '트럼프 제국' 일궈

트럼프는 1946년 6월 14일 뉴욕 퀸스에서 독일계 이민자의 후손으로 부동산 중견사업가였던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와 스코틀랜드 태생인 어머니 메리 애니 사이에서 3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트럼프는 어릴 적 문제아였다. 퀸스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온 트럼프는 하루가 멀다고 사고를 쳐 부모가 그를 강제로 '뉴욕군사학교'에 입학시켰다. 트럼프는 군사학교 졸업 후 뉴욕 포덤대학에 입학해 2년을 다닌 후 미국 아이비리그에 속한 명문대학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로 편입해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직후 아버지와 함께 부동산 사업에 손을 대면서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 '트럼프'를 내건 호텔과 골프장, 카지노 등을 운영하는 트럼프그룹을 일궜다.

트럼프의 종교는 개신교이며, 재산은 본인이 87억 달러(약 9조9000억 원)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3분의 1 수준인 30억 달러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첫째 부인 이반나 트럼프, 둘째 부인 말라 메이플스와 각각 이혼한 뒤 2005년 슬로베니아 출신 모델 멜라니아 트럼프와 세 번째 결혼했다.

멜라니아는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면 미국은 191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출생의 퍼스트레이디를 맞이 한다. '조용한 내조'를 이어간 멜라니아는 모델 시절 찍은 세미 누드 사진으로 본의 아니게 선거전의 중심에 등장하기도 했다.

■막말 기행 강점이자 약점

트럼프는 사업가답게 필요에 따라 당적을 여러 번 옮겼다.

공화당(1987∼1999년) 개혁당(1999∼2001년) 민주당(2001∼2009년)을 거쳐 2009년 공화당으로 돌아왔으나 이후 탈당해 무소속이 됐다가 2012년 다시 공화당에 정착했다. 갈지자 행보를 보인 만큼 낙태 등 현안에 대해서도 자주 입장을 바꿨다.

트럼프는 지난해 6월 16일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지지율이 한 자릿수 초반대로 누구도 완주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멕시코 불법이민자들을 마약범이나 강간범에 비유하고 이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인종차별적 막말에도 지지율이 급상승해 2위로 뛰어올랐고 그해 7월부터 1위를 지켰다. 극단적이면서도 분열적 발언에도 트럼프가 인기를 누리는 것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에 더해 공화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백인 중산층의 불안감과 박탈감을 자극한 결과로 보인다. 히스패닉의 급성장과 백인 인구의 감소세 속에서 점점 변방으로 밀려날지 모른다는 백인 중산층과 저소득 노동자 계층의 위기감이 트럼프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본선에서는 경선 승리의 동력이 된 히스패닉과 무슬림, 여성에 대한 차별 발언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백인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비중이 높은 히스패닉은 5541만 명(전체 인구의 17.4%)에 달해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크다. 유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