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캐나다 의회는 특별위원회를 소집했다. 잇따르는 자살 시도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원주민사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언론들은 이날 의회 특위에서 "고통스럽지만 명확하고, 부끄러운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9일 온타리오주 북부의 원주민사회 애터와피스캣에서는 11건의 자살시도가 이어졌다. 2000명 남짓한 인구가 거주하는 마을에서 끔찍한 자살시도가 들불처럼 번진 것이다.

비극은 지난해 9월 5명의 소녀가 이름을 알 수 없는 약물 중독으로 긴급히 이송된 이후 시작됐다. 작은 마을에서 이틀에 한 번꼴로 자살 시도가 있었지만 원주민 지역사회는 전염병처럼 번진 사태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마을 대표가 수차례에 걸쳐 외부에 도움을 호소했지만 연방정부나 주정부 등에서는 손을 쓸 생각조차 않았다. 지난달에는 온타리오 북부 원주민 마을에서 불이나 3대에 걸친 일가족 9명이 숨지는 참변도 있었다. 소방 당국은 밤 11시께 화재 신고를 받았지만, 자동차로 현장 접근이 어려울 정도로 도로 사정이 열악해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캐나다에서, 원주민 문제는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원주민은 대부분 땅의 주인이었던 인디언과 이뉴이트(에스키모), 메티스(백인과 인디언 혼혈) 등을 말한다. 백인들은 이 땅을 점령하며 그들을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서양문화에 그들을 강제로 동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펼쳐왔다.

캐나다 원주민과 관련된 문제 가운데 가장 어두운 것은 기숙학교의 문제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올해 초 캐나다 가톨릭교회가 과거 원주민 아동을 강제 수용한 기숙학교를 운영한 데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공식 사과를 요청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1883년 이후 100여 년간 가톨릭과 성공회 등이 운영한 원주민 기숙학교에는 15만여 명의 원주민 아동이 강제 수용돼 가혹한 학대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번 입학하면 15세가 될 때까지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원주민 언어를 말살하기 위해 영어 이외에는 입 밖에 내지 못하도록 했다. 규율은 몹시 엄격해 말썽을 부린 학생은 좁은 공간에서 3, 4일씩 구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기숙학교 안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은 수만 건에 달했다는 보고가 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불임수술을 강제했다고 전해진다.

몇 세대에 걸친 이런 폭압이 오늘날 잇따른 자살 시도를 불렀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캐나다 정부는 2만5000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후 추가로 1만 명을 더 받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정작 원주민 문제에는 곪아 터질 때까지 손을 놓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임 스티븐 하퍼 캐나다 연방총리는 2008년 국회에서 원주민들에게 사과하고, 기숙학교에서 학생들을 신체적 또는 성적으로 학대하는 행위가 만연했음을 시인하고 배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다. 최근 트뤼도 자유당 정부는 주택 교육 상수도 등과 관련된 원주민 예산을 앞으로 5년간 84억 달러 투입한다고 밝혔다.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AP통신이 지난 19일 보도한 형제복지원 실태는 캐나다 언론에도 대서특필됐다. 한 신문은 3개 면에 걸쳐 도배했다. 한국 정부가 형제복지원 인권 탄압을 은폐하는 데 다각도로, 지속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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