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홀 쌍성 합쳐진 과정서 발견
- 우주 탄생 이해할 천문학 대변혁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세기 전 주장한 중력파의 존재가 확인됐다.

미국 과학재단(NSF)과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LIGO) 연구팀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간과 시간을 일그러뜨리는 것으로 믿어지는 중력파의 존재를 직접 측정 방식으로 탐지했다고 발표했다. 중력파의 간접 증거가 발견된 적은 있었으나, 직접 검출은 인류 과학 역사상 처음이다. 아인슈타인이 꼭 100년 전인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예측한 바를 관측으로 입증한 이 발견은 우주 탄생을 이해하는 데 큰 구멍을 메워 줄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학 발견 중 하나로 꼽힐 전망이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인도 참여했다.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연구단장)와 이창환 부산대 교수를 비롯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회원 중 14명이 이번 연구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중력파는 태양 질량의 36배와 29배인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이 지구로부터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충돌해 합쳐지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중력파는 빛의 속도로 전파되므로 이 사건은 13억 년 전에 발생한 것이다. 이 중력파는 두 블랙홀이 중력파를 내면서 점차 접근해 충돌하기 직전 약 0.15초간 방출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빛 속도의 절반에 가까운 고속으로 충돌한 두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62배인 하나의 블랙홀로 변했고, 이 과정에서 태양의 3배에 해당하는 막대한 질량이 중력파 에너지로 빠져 나가 소멸했다. 또 가장 강도가 높았을 때 중력파로 방출되는 시간당 에너지는 관측 가능한 우주의 빛을 모두 합한 것의 50배였다. 관측의 통계적 신뢰도는 5.1 시그마 이상으로, 잡음에 의해 우연히 이런 가짜 신호가 잡힐 확률은 500만분의 1 이하에 해당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라이고 연구진은 레이저를 서로 수직인 두 방향으로 분리시켜 보낸 후 반사된 빛을 다시 합성해 경로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시공간의 뒤틀림을 측정했다. 이번 연구는 최초로 중력파를 직접 검출한 사례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최초로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계의 존재를 확인하고 블랙홀의 충돌과 합병 과정이라는 극적 현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라이고 연구는 1980년대에 라이너 와이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명예교수, 캘리포니아공과대(캘텍)의 킵 손 명예교수와 로널드 드레버 명예교수에 의해 처음 제안됐다. 이번 연구 결과에 스타 이론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74)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천문학에 대변혁을 일으킬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중력파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작업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조지프 테일러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와 러셀 헐스 댈러스 텍사스대 교수에 의해 이뤄졌다. 이 두 사람은 199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