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루즈 온건보수 표심얻기 관건
- 트럼프 꺾인 기세에 안심 못해
- 루비오 초반 고비 넘겨야 승산

- 힐러리 "짜릿…뉴햄프셔에 집중"
- 샌더스 "재검 요구" 불복 움직임

미국 대선 경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결과 공화당은 '빅 3'의 윤곽이 뚜렷해졌고, 민주당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됐다. 각 당 후보들은 아이오와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9일 열릴 두 번째 경선이자 첫 번째 프라이머리인 뉴햄프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크루즈·트럼프·루비오 '3파전'

'빅 3'의 윤곽이 나왔지만 이들이 공화당 대권 후보 티켓을 거머쥐기까지는 갈 길이 아직 멀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에 오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과 일격을 당한 도널드 트럼프,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은 저마다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야 최종 승자로 웃을 수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크루즈 의원에게는 보수 복음주의 개신교도들의 열렬한 지지를 뛰어넘는 폭넓은 지지층 확보가 필요하다. 크루즈가 대선 풍향계로 꼽히는 아이오와에서 승리를 차지한 것이 아이오와가 보수성이 강한 색채를 띠고 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있다. 3월 첫 화요일 동시다발 경선이 펼쳐지는 '슈퍼 화요일'(Super Tuesday)을 비롯해 경선 초반에 보수성이 강한 주가 많이 있다는 점은 크루즈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경선 후반으로 갈수록 크루즈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개신교도들의 표심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3월 15일 열리는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주 경선이 크루즈에게는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여론조사에서 거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트럼프에게 아이오와 경선은 충격으로 다가가고 있다. 9일 있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경선)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크루즈에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는 있지만 한번 기세가 꺾인 만큼 안심할 수 없다. 트럼프는 일단 전통적인 이상과 인구학적 분포 면에서 다른 후보보다 다양한 지지를 얻는다는 것은 장점이다. 미국 남부와 동부, 북동부의 공업지대에서 트럼프가 강세를 보인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특히 웨스트버지니아와 뉴욕은 트럼프의 인기가 높은 곳이다. 다만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지역인 서부에서 트럼프의 지지도가 낮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서부 지역은 인종갈등이 상대적으로 낮다. 트럼프가 그간 이슬람 난민과 멕시코 이민자 등에 적대감을 보였다는 점에서 공략하기 어려운 지역일 수 있다.

아이오와 경선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루비오 의원은 경선 초반이 고비다. 아이오와 출구 조사를 보면 루비오는 보수성이 강하고 학력이 낮은 유권자들에게 특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보수성이 짙은 주들의 경선이 앞쪽에 몰려 있다는 점은 크루즈에게 이익이지만 반대로 루비오에게는 불리한 요소다. 하지만 루비오가 슈퍼 화요일을 포함한 초반 경선에서 살아남는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세력 확장에 힘을 붙일 수 있다.

■힐러리 거의 따라잡은 샌더스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을 겨우 제쳤다. 첫 관문부터 힘든 레이스를 펼친 힐러리는 '대세론'이 흔들리게 됐으며, 상승세를 탄 샌더스로 인해 앞으로의 승부는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전날 주내 99개 카운티 1683개 기초선거구에서 실시된 코커스의 최종 개표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은 49.8%, 버니 샌더스 의원은 49.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득표비례제로 대의원을 배분하는 방식에 따라 아이오와 대의원 44명 가운데 클린턴 전 장관이 23명, 샌더스 의원이 21명을 각각 나눠갖게 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민주당 전체 대의원은 4763명으로, 이 중 과반인 2382명을 먼저 확보하는 쪽이 대선후보 지명을 받게 된다. 클린턴 전 장관은 당 지도부와 주지사, 연방의원 등 경선과 관계없는 자동직 대의원인 슈퍼대의원 362명의 지지를 확보한 상태여서 현재까지 확보한 대의원 숫자는 총 385명이다. 샌더스 의원은 기존 슈퍼대의원 지지표 8명에다 이번에 21명을 더해 총 29명을 확보했다.

클린턴 후보는 "짜릿했다. 아이오와 지역에서 활동한 우리 팀과 수만 명의 아이오와 유권자에게 감사함을 느낀다"며 뉴햄프셔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샌더스 의원은 2일 다음 경선지인 뉴햄프셔로 떠났지만, 아직 자신의 패배를 공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 "아이오와 민주당에 재검표를 요구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