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가 낸 막대한 세금이 다른 나라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하나?"

최근 캐나다 앨버타주의 한 주민이 SNS에 올린 글이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글을 올린 주인공은 원유업계에서 일하는 30대 쯤으로 보이는 가장이다. 지난 10일 저스틴 트뤼도 총리 앞으로 보낸 편지 형식의 글에서 그는 "총리께서는 현재의 저유가가 국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나는 잘 알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유가 폭락으로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으며, 때문에 절도가 폭증하고 자살률의 증가로까지 이어지는 현실을 거론했다. 그는 "이번 주만 해도 동료 여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 가운데는 원유 시추업체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 종사자도 있다"면서 "그들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부터 캐나다가 받아들인 1만여 명의 시리아 난민들에 대한 뉴스는 매일 쏟아지는 반면 곤경에 처한 앨버타 주민들의 삶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그동안 성실하게 일해서 세금을 냈는데, 캐나다 정부가 그 돈으로 다른 나라 국민을 불러들여 먹여 살리는 데는 펑펑 쓰면서 정작 어려움에 빠진 자국민은 돌보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의 글은 온라인을 통해 수만 명에게 퍼져나갔다. 반응은 엇갈렸다. 캐나다 서부 쪽에서는 공감을 표시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반면 온타리오와 퀘벡 등 동부에서는 찬반이 팽팽하다.

앨버타주는 캐나다 경제의 견인차였다. 국제유가가 폭락하기 전에는 가장 활기차고 빠르게 발전하는 지역이었다. 지방정부 재정도 풍부해 캐나다 안에서 세금도 가장 낮았다. 대부분 주에서 연방세와 주정부세금을 합쳐 13% 안팎의 판매세가 부과되지만, 앨버타는 유일하게 주정부에서 부과하는 세금은 없고 연방세 성격의 5%가 전부다.

때문에 이 글에 공감하지 않는 캐나다 네티즌들은 "잘 나갈 때 이런 시절을 미리 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고임금을 받아 풍요롭게 살면서 은행대출을 받아 고급 주택을 샀다가 갑자기 일자리를 잃으니 어려움에 빠지는 것이다. 정부가 왜 이런 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반응을 보인다. 댓글에 대한 찬반 논란까지 가열됐다.

국제유가의 바닥이 어디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10달러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도 있다. 2년 전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파장은 어디까지 퍼져나갈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똘레랑스(관용)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무슬림에 대한 범죄가 3배나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유대인 대상 범죄도 배 가까이 늘었다. 10%에 이르는 실업률 등 경제난에다 인종과 종교 갈등까지 얽혀 똘레랑스의 나라에서 증오범죄가 꽃을 피우는 중이다.

캐나다도 인권과 관용에선 둘째가라면 서럽다. 일찍이 베트남 보트피플 수만 명을 받아들였으며,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난민들이 수없이 정착해 '난민의 천국'으로 불리는 곳이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으로 다가오자 현실은 냉정해지고 있다. allell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