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얼간이',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등 영화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볼리우드(인도영화계) 스타 배우 아미르 칸(50)이 최근 자국에서 벌어진 '종교적 불관용' 논쟁에 가세했다.

25일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이슬람교도인 칸은 23일 뉴델리에서 열린 한 언론사 주최 행사에서 "예전보다 훨씬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아내가 인도를 떠나야 하냐고 묻더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는 아이들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걱정한다"며 "신문을 펼치기가 무섭고 점점 불안감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칸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자 정치권과 시민의 반응은 양분됐다.

정부와 여당 관계자는 그의 발언이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비난했다.

여당 인도국민당(BJP)의 샤나와즈 후사인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슬람교도에게 인도보다 살기 좋은 나라는 없다. 인도가 당신을 스타로 만들었음을 잊지말라"고 말했다.

스므리티 이라니 교육부 장관은 오랫동안 인도 관광 홍보대사를 지낸 칸이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그런 속마음을 말할 수 있는 것이 인도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힌두교 단체를 중심으로 칸의 사진을 불태우는 등 그의 발언에 항의하는 시위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야당 인사들은 일제히 칸의 발언을 두둔하고 나섰다.

국민회의당(INC)의 라훌 간디 부총재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현 정부는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을 애국적이지 않다고 비난하는 대신에 국민에게 더 다가가야 한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보통사람당(AAP) 총재인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 총리도 "칸은 사실을 말한 것"이라며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그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주민 80%가 힌두교도인 인도에서는 지난 9월말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에서 50대 이슬람교도가 암소를 도축해 먹었다는 소문 때문에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 주민들에게 집단 구타당해 사망한 이후 종교적 불관용 논쟁이 크게 벌어졌다.

학자와 작가 수십명이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모디 정부가 종교적 불관용을 방치·조장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받은 훈장과 포상을 잇달아 반납하기도 했다.

'내이름은 칸' 등의 영화로 유명한 배우 샤루크 칸도 이달 초 "종교적 불관용이 암흑시대를 만들 것"이라며 최근 자국에 종교적 불관용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