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6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 집무실로 향하는 모습. 그리스 투표 결과가 반대가 나오면서 최대 채권국이자 그리스 구제금융안 협상을 주도했던 메르켈 총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 돈줄 끊기면 시중은행 연쇄부도
- 그렉시트·자체통화 도입 가능성

그리스 국민이 채권단의 협상안에 반대 하면서 그리스의 앞날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반대 결정에 따라 그리스는 물론 유로존 전체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에 들어섰고, 단계마다 변수들이 많아 예측 불가의 나날이 올 것이란 전망만 확실하다.

■"채무 탕감 합의" vs "그렉시트"

치프라스 총리는 투표에 앞서 국민이 반대를 선택해준다면 48시간 안에 더 좋은 합의안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야당과 채권단은 반대 결정으로 파국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해왔다. 채권단 가운데 그리스의 우군인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상, 융커 EU 집행위원장 등도 반대 결정은 유럽에서 떠나는 결정이라고 공격했다. 양대 채권국인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7일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를 요청했다. 이 회의에서 채권단이 그리스 정부와 협상을 거부하기로 결정한다면 그리스는 지난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낸 것에 이어 오는 20일 ECB 부채도 갚지 못하는 실질적 디폴트로 파국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ECB, 긴급유동성지원 계속 해줄까

채권단이 투표 전 강경했던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6일 ECB 회의에서 그리스의 유일한 지원책인 '긴급유동성지원'(ELA)에 강경한 입장을 밝히는 최악의 상황도 예상된다. 그리스 정부는 이날 국민투표가 반대로 확정되자 ECB에 ELA 증액을 요청했다.

그리스 시중은행들이 확보한 유동성은 10억 유로 수준으로 예정대로 7일부터 영업을 재개하려면 ELA를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CB의 자금줄이 끊기면 20일 ECB 채무불이행으로 실질적 디폴트에 처하는 것은 물론 그리스 시중은행들도 부도를 맞게 된다.

ECB가 6일 회의에서 뚜렷한 방향을 잡지 않고 7일 유로존 정상회의 등을 지켜본 이후에 다시 ELA를 논의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ECB가 ELA를 증액한다면 그리스는 현 시리자 정부 또는 새로 구성된 거국 내각 등과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체결해 유로존에 남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반면 ECB가 자금줄을 끊는다면 유로화 대신 새로운 화폐를 사용해야 하는 등 그렉시트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