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사태 기존 입장 재확인
- 국내경제 최악국면 탈출 평가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푸틴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TV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2차대전이 끝나고 우리(소련)는 동유럽 전체에 우리식 발전모델을 전파하려 했으나 안 좋게 끝났다. 우리는 이를 인정한다"고 운을 떼고서 "그런데 지금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그는 "러시아는 제국(소련)을 부활하지 않을 것이며 그런 야망도 없는데 미국은 동맹 대신 가신만을 원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누구도 적으로 보지 않는 만큼 남들도 러시아를 적으로 보지 않기를 바란다"며 최근 미국 및 유럽의 대 러시아 정책에 불쾌감을 표출했다.

푸틴은 또 미국의 반발에도 이란에 대한 군사무기 수출 강행의 뜻을 밝히며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은 또 다른 갈등을 예고했다. 그는 "S-300은 방어용 무기로 절대 이스라엘에 위협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예멘사태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07년 이란과 수출 계약을 했고 2010년 이란의 핵 문제로 계약을 잠시 중단했다. 그러나 최근 이란 핵 문제는 당사국간 합의를 이뤄냈다"며 "문제가 해결된 만큼 이란에 유연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가 S-300 방공 미사일의 대이란 수출 계약을 재개키로 하자 예멘, 시리아 등 지역 내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며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미국은 핵 협상은 합의를 이뤄냈지만, 이란 제재는 일정기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푸틴의 이런 발언은 양국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조짐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군대는 없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일 일도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금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며 "포로셴코는 당선 후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전쟁을 택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날 국민과의 대화에서 푸틴은 경제 현안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우선 서방 제재와 루블화 약세, 저유가 지속에 따른 자국 경제위기가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루블화가 안정세를 되찾고 전문가들도 러시아 경제가 최악은 벗어난 것으로 본다"며 "사람들이 제재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우리에게는 충분한 자원과 능력이 있다. 러시아 경제는 앞으로 2년 내 혹은 더 빨리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지난해 재정 적자가 0.5%였던 것을 상기하며 "적자를 막으려고 애쓰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늘 것"이라며 "3.7%까지는 허용 가능한 범위"라고 설명했다.

푸틴은 "긴축재정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고통을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존 경제정책을 수정하지 않을 것임을 나타낸 것이다. 한편, 이번 행사장에 참석한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은 "현 경제정책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