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위를 승계한 살만 왕세제(왼쪽), 타계한 압둘라 사우디 국왕.

- 유가 폭락·IS 득세 등 과제로

중동의 맹주이자 석유 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91세를 일기로 23일(현지시간) 타계했다.

사우디 왕실은 이날 낸 성명에서 압둘라 국왕의 사망 소식과 함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제(80)가 왕위를 이어받는다고 밝혔다.

압둘라 국왕 타계로 당장 중동의 정세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인 압둘라 국왕이 수년간 입원치료를 반복하면서 왕위승계가 어느정도 예견됐고 살만 신임 국왕이 선왕의 기조를 따르는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압둘라 국왕은 파흐드 국왕을 이은 알사우드 왕가의 6번째 국왕으로 2005년 왕위에 올랐다. 그는 재위 10년간 중동의 강력한 미국의 우방으로서 친미 정책을 유지했으며 이전 국왕에 비해 여성의 권익을 증진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왕위를 물려받을 살만 왕세제는 압둘라 국왕의 이복동생으로 사우디 왕실의 실세인 이른바 '수다이리 7형제'중 한 명이다. 그는 2012년 동복형이자 당시 왕세제 겸 내무장관이었던 나예프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가 사망하자 왕세제로 책봉됐다.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주요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이 사망함에 따라 국제유가가 반짝 급등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장마감 이후 압둘라 국왕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3월 인도분 WTI 가격은 시간외 거래에서 3.1% 치솟았다. 그러나 살만 국왕도 원유 생산량을 유지해 점유율을 확대하는 기존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돼 원유 시장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살만 국왕 본인도 지난 6일 왕세제 신분으로 왕실을 대표해 행한 연설에서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원유 시장에 긴장 국면이 형성됐지만 사우디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사우디는 원칙상 국왕이 수장인 최고석유위원회와 왕실 인사 장관 산업계지도층 등의 합의로 원유 정책을 결정하지만 실제로는 나이미 장관에게 실권이 있어 장관의 유임 여부가 정책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내다봤다.

그러나 살만 국왕은 국제 유가의 급속한 하락과 같은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의 득세 등 최근 사우디가 처한 위기 상황을 돌파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또 오랫동안 대결구도를 이어온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핵협상을 두고 오랜 우방 미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것도 풀어야 한다. 여기에 예멘에서 사우디가 지원해오던 수니파 정권이 사실상 쿠데타로 밀려나고 시아파 후티 반군이 득세하는 등 바람 잘 날이 없는 중동의 정세가 사우디를 위협하고 있다.

한편, 사우디는 하루 95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 700만배럴을 수출해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10분의 1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