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조지프 김(사진 왼쪽) 씨와 박연미(사진 오른쪽) 씨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북한의 인권탄압 실상을 전했다. 워싱턴 연합뉴스

- 中·쿠바서도 탄압 중지 시위
- 세계 인권의 날 행사 잇따라

세계인권의 날인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북한의 인권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중국, 쿠바 등지에서도 인권 존중 시위가 벌어져 세계인의 관심을 촉구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국무부 청사로 탈북자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무부가 세계인권의 날에 맞춰 탈북자들을 청사로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인권탄압에 미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전면 공론화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으나 존 케리 국무장관이 9월 유엔총회 기간에 북한인권 관련장관급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11월에는 북한 인권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유엔총회 결의안 채택을 주도하는 등 최근 들어 인권과 관련해 대북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2006년 탈북한 조지프 김(24) 씨와 2007년 탈북한 박연미(21) 씨는 국무부 청사 강당에서 탈북 과정을 회고하며 "북한 사람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맞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김 씨는 탈북의 직접적 계기였던 고통스러운 굶주림을, 그리고 동국대에 재학 중인 박 씨는 탈북 과정에서 겪었던 갖가지 위협들을 전했다. 박 씨는 "중국에 있을 때 13세이던 내게 탈북 브로커가 성관계를 요구하며 거부하면 중국 공안에 연락해 송환시키겠다고 말했다"며 "결국 어머니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대신 나서야 했다"며 눈물을 삼켰다.

북한 인권운동가인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이날 오후 연방하원 레이번 빌딩에서 지난해 5월 라오스에서 체포돼 강제북송된 청소년 9명에 대한 유엔 차원의 생사 확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숄티 대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앞으로 보내는 서한에서 "강제북송 9명 중 일부나 전부가 처형됐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즉각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이들의 생사확인을 위해 유엔난민기구(UNHCR)의 북한 접근을 허용해 주도록 북한 당국에 조처를 해 달라"고 밝혔다.

중국에서도 전국에서 모인 인권 활동가 수 천명이 수도 베이징에서 인권 존중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 활동가들은 중국주재 유엔대표부, 민원 담당 중앙부서인 국무원 산하 국가신방국, 톈안먼 광장 등에 집결해 정부의 인권 탄압을 비판했으며, 이 가운데 최소한 수 백명이 시위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됐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베이징 공안은 시내 주요 지하철역과 버스정거장 부근 등 요소요소에 병력을 배치한 후 인권 활동가들을 즉각 붙잡아 버스에 태워 베이징 남부에 있는 '흑(黑)감옥'(사설 감금시설)인 주징좡 구제서비스센터로 압송했다.

중국 후베이성에 있는 민간 인권 단체 '민성관차궁쭤스'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 2년간 중국에서 구금된 '양심범'이 83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공산국가인 쿠바에서는 인권단체 회원 등이 시위를 벌이다가 최소한 32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