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앙겔라 메르켈(사진) 총리의 아성은 누가 무너뜨릴 것인가.

독일 연방정부 집권 3기를 이끄는 메르켈 기독교민주당(CDU) 당수의 입지는 9일 정당의 전당대회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쾰른에서 열린 전대 투표에서 96.7% 지지를 받아 당수로 다시 선출됐다. 그녀는 지난 2000년 처음 당수에 오른 이래 이번까지 모두 여덟 차례 당수직을 꿰찼다.

그녀의 이번 당수 재선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따라서 관심은 지지율에 쏠렸다. 이번 지지율은 지난 2012년 전대 때 얻은 97.9% 다음으로 높은 것이었다. 독일 정치권은 메르켈을 뛰어넘을 차기 지도자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지금, 오히려 그녀의 집권 4기 도전 여부에 관심을 두는 상황이다.

토마스 슈트로블 부당수는 7일 발매된 일요판 신문 빌트암존탁에 "메르켈은 다음에도 총리직에 도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빌트암존탁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메르켈이 총리직을 계속 맡는 데 대해 찬성하는 응답 비율은 74%에 달했다. 반대 비율 23%를 압도하는 수치다. CDU-기독교사회당(CSU) 연합 지지자들만 따로 보면 찬반 비율은 77% 대 18%로 격차가 더 벌어진다. CSU는 바이에른주를 기반으로 하는 CDU의 자매정당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함께 꾸리는 단일세력으로 분류된다.

그렇다고 CDU 내부에서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에 도전하는 흐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하엘 푹스 원내 CDU-CSU 연합 경제담당 부대표는 8일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메르켈은 우리의 대안이 아니다"라면서 자신이 2017년 메르켈의 대항마로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독일 정치권은 메르켈 개인 인기에 크게 의존하는 CDU의 정당 지지도뿐 아니라 메르켈의 안정적 리더십에 대한 유권자들의 만족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그의 출사표에 크게 주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독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만, 좌파당 출신의 통독 후 첫 주총리 등극과 같은 정치적 변화, 그리고 현상 타파보다는 현상 유지에 기우는 메르켈의 밋밋한 리더십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 철회 가능성을 주목하는 흐름도 엿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전대 연설에서 튀링겐주에서 좌파당에 주 연립정부의 총리 자리를 내주고 연정 소수당 파트너로 가세한 사회민주당의 정치행위를 "파산 선고로 간주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결기'를 보였다. 베를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