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관에게 총을 맞은 지점. 신화 연합뉴스

- 美 전역 시위 사흘째 진정 기미
- 주정부군 2000여명 곳곳 배치
- 도시 이미지 회복 캠페인 열고
- 흑인들이 백인 가게 보호하기도

비무장 흑인 청년을 사살한 백인 경관에 대한 불기소 결정으로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 시에서 촉발된 소요사태가 26일(현지시간) 사흘째로 접어들면서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 시위 규모가 준 데다 약탈 방화 같은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았다. 여기에 27일부터 추수감사절 연휴가 이어져 소강 상태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사태의 본거지인 퍼거슨에는 25일 밤부터 주 방위군을 기존의 세 배인 2200명으로 늘리며 만반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인종 갈등으로 인한 소요가 내재해 있는 퍼거슨에 희망의 불씨가 남아 있었다. 방화와 약탈로 인해 피해를 본 주민들을 돕기 위한 기부운동이 펼쳐지고 있고, 백인 가게를 지켜주는 이웃 흑인들의 성숙함이 백인들의 동조를 이끌었다.

■前 시장이 나선 '아이 ♥ 퍼거슨' 운동

26일 퍼거슨 시 경찰서 앞.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와 같은 이곳에서 배짱 좋게 문을 활짝 열고 있는 가게가 있다. 바로 '아이 러브 퍼거슨'(I ♥ FERGUSON)이라는 문구를 새긴 상품을 만들어 파는 가게다. 가게 안에 진열된 컵, 배지, 티셔츠, 스티커, 운동복 상의에는 어김없이 '아이 러브 퍼거슨'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아이 러브 퍼거슨'이라는 단체를 조직해 상품 제작에 나선 이는 2005~2011년 퍼거슨 시를 이끈 브라이언 플레처 전 시장이다. 그는 백인 경관의 총격으로 흑인 청년이 사망한 지난 8월 이래 실추된 이 도시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일부 시위대의 약탈 등으로 피해를 본 상점을 지원하고자 비영리 단체인 '아이 러브 퍼거슨'을 만들었다.

퍼거슨에서 20년 이상 거주한 자원봉사자 200명이 플레처 전 시장을 도와 상품 판매 도우미로 나섰다. 지난달 24일 문을 연 플레처 전 시장은 지금까지 상품 판매로 8만 달러를 벌었다며 앞으로 5~10일 사이 전체 기부액이 15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익금은 소요 사태로 인한 매출 부진으로 자금 지원을 바라는 지역 소매 상점에 기부되고 있다. 플레처 전 시장은 "이틀 전 벌어진 방화와 약탈로 건물 12채 이상이 불타는 등 퍼거슨에서 피해를 본 주민이 늘고 있다"며 이들을 돕고자 기부해달라고 호소했다.

정치인들에겐 따끔한 일침도 놓았다. 그는 주 방위군을 늦게 투입해 소요 사태를 악화한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에게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흑인이 퍼거슨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데 반해 경찰 등 흑인 공직자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사실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이웃 흑인들이 지켜준 백인 가게

로이터통신은 26일 일부 흑인 주민이 총을 들고 지역 내 백인 소유 가게를 자발적으로 지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가게는 바로 더그 머렐로가 운영하는 코노코 주유소와 편의점이다.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 다음날인 25일 밤에도 AR-15 반자동 소총을 든 데릭 조던 등 흑인 주민 4명이 약탈자와 도둑으로부터 이곳을 지켰다. 덕분에 이 가게의 앞마당엔 손님이 붐볐다.

흑인 주민들은 가게를 지키는 이유가 백인 주인인 머렐로에게 '빚'을 진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머렐로는 이들 몇 명을 수년간 고용하고 인격적으로 대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게 인근에서 오랫동안 살았다는 R.J라는 29세 청년은 권총을 운동복 바지에 낀 채 "머렐로는 좋은 사람"이라며 "그동안 우리를 많이 도와줬다"고 말했다. 미주리 주방위군이 가게를 지키는 이들 흑인 주민들을 약탈자로 오해해 수갑을 채우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머렐로는 "이들이 없었다면 가게가 몇 번이고 불에 다 타고 말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퍼거슨에 있는 피자가게 파파존스에서는 한 백인 여성이 가게 창문을 깨려 하는 남성 두 명을 제지하는 모습이 유튜브에 올라왔다고 CBS 방송이 이날 전했다. 영상 속에서 이 여성은 복면을 쓴 남성과 흑인 남성을 막으며 몸싸움을 벌였다. 이후 여성이 물러서지 않자 남성 두 명은 결국 포기하고 떠났다.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