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에서 실종된 10대 청소년 3명이 끝내 숨진 채로 발견되자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국민들이 촛불을 밝히며 추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하마스 "전쟁 땐 지옥문 열릴 것"

요르단강 서안에서 실종된 이스라엘 10대 3명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숨진 채로 발견되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납치·살해의 배후에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가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피살 소식을 접한 후 강력한 대응조치를 천명한 뒤 바로 긴급 안보장관 회의를 소집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10대들이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에 의해 냉혹하게 살해됐다"며 "하마스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2일 납치 발생 직후부터 하마스의 소행으로 보고 요르단강 서안에서 대대적인 수색작전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하마스 조직원 400명을 체포했으며 최근에는 2명의 저명한 하마스 조직원을 핵심 용의자로 꼽기도 했다.

납치 피해자들이 10대들이었고 비무장 상태였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당국과 국민은 그동안 남다른 관심을 두고 피해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랐다. 수색은 전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됐고, 수색내용은 시시각각 전달되며 줄곧 국민의 이목을 끌었다.

시민들은 매일 밤샘 기도를 했고 텔아비브에서 열린 집회에선 수만 명이 참석했다. 소년들의 부모는 제네바의 유엔인권이사회에서 국제사회가 석방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호소했다.

피해자들이 주검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전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동시에 정부로서는 이번 사건을 예사롭게 넘길 수 없는 처지로 몰렸다.

이스라엘의 택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20여 일에 걸친 대대적 수색으로 요르단강 서안 내 주요 목표물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하마스는 이미 이스라엘의 강경 조치와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영향력 강화로 최근 세력이 약화됐다.

이스라엘은 이번 납치·살해 배후에 하마스를 꼽고 있으나 구체적인 증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마스도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라고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아직 하마스 세력이 건재한 가자지구를 정조준할 수 있다고 AP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가자지구에서 공습과 로켓 공격 등으로 하마스와 이미 간헐적으로 충돌하고 있는데 피랍 소년들이 숨진 만큼 보복의 강도를 한층 높일 수 있다.

하마스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가자지구의 하마스 대변인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네타냐후는 하마스가 위협에 끄떡도 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가자에서 전쟁을 치르려 한다면 네타냐후에게 지옥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2012년 11월 가자지구에서 수백 발의 로켓탄을 발사하고 폭격으로 보복하는 등 8일간 교전을 벌여 양측에서 15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무력 사용과는 별도로 압바스 수반에게 최근 하마스와 함께 구성한 통합정부를 해산하도록 압박을 강화할 방침이다.

요르단강 서안을 담당해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주축인 파타 세력과 가자지구를 통치해온 하마스는 지난달 2일 7년간의 분할 통치를 끝내고 통합정부를 출범시킨 바 있다.

압바스 수반은 이번 납치 사건을 비난하고 이스라엘의 수색 작전에 적극 협력하면서도 지금까지 통합정부의 해산 요구를 거부해 오고 있다.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