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르 아로 주유엔 프랑스대사(맨 왼쪽), 마크 리올 그랜트 주유엔 영국 대사(가운데), 서맨사 파워 주유엔 미국대사(오른쪽)가 1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안보리 긴급회의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부지역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 시위대를 제압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자 러시아의 요청으로 소집됐다. EPA 연합뉴스

- 우크라 정부, 진압 중 6명 사상
- 美 "러시아가 각본 쓰고 연출"
- 러 "무력진압 땐 4자협상 없다"

우크라이나가 동부지역에서 무장 시위를 벌인 분리주의 세력에 13일(현지시간) '최후통첩'을 보낸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회의를 열어 이 지역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오후 8시(한국시간 14일 오전 9시) 러시아의 요청으로 소집된 안보리 긴급회의에서는 분리주의 시위대와 우크라이나 공권력 간에 빚어진 유혈사태의 배후를 놓고 서방과 러시아가 팽팽히 대립각을 세웠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정정불안은 전적으로 러시아가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고 말했다. 무장 세력이 6∼7개 도시에서 정확하게 같은 행동을 했다는 사실은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명백한 증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급진적 신나치 세력을 활용해 동부 지역의 불안정을 부추기고 있다며 "내전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오로지 서방 측에 달렸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가 시위대에 대해 무력 진압에 나서면 17일로 예정된 러시아-미국-유럽연합(EU)-우크라이나 4자 협상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앞서 이날 우크라이나 보안부대가 동부 도네츠크 주 북도 소도시 슬라뱐스크 등에서 관공서를점거한 분리주의 무장 세력을 진압하면서 양측 모두 사상자가 발생했다. 진압부대 측인 국가보안국 장교 1명이 숨지고 보안국 테러대응센터부대원 1명과 또 다른 4명이 부상했다. 시위대 측에서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의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분리주의 시위대는 14일 아침까지 무기를 버리고 점거한 건물에서 떠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는 "분리주의 시위대 진압을 위해 군대를 동원한 대규모 테러대응작전을 벌이기로 결정했다"며 "무기를 반납하고 점거 중인 관청에서 철수하는 시위 참가자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세르게이 타루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주지사는 14일(현지시간)부터 대테러작전 체제가 발령됐다고 밝혔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타루타 주지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공격적이고 광신적인 테러리스트들이 지역을 장악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에겐 "분별력을 발휘해 선동에 휩쓸려 사회질서를 훼손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시위대 진압에 군대를 동원하는 것은 내전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분리주의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최후통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동부 루간스크 주 (시위)조정위원회 위원인 알렉세이 츠물렌코는 이날 "우리의 입장을 끝까지 지킬 것이며 시위대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누구도 항복할 생각이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비판 속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5일 중국을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왕이 외교부장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 및 푸틴 러시아대통령의 다음 달 방중 준비를 논의한다고 러시아 외무부는 밝혔다.

한편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반크렘린 시위대 1만여 명이 거리로 나와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에 대한 국영방송의 보도 태도에 항의했다. 이들은 국영방송이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를 미국의 조종을 받는 '파시스트 군사정부'라고 묘사하는 등 편향 보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