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사상 첫 평화적 정권교체를 위한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선거가 5일(현지시간) 성공적으로 실시됐다. 특히 여성들의 투표율이 높았다. 사진은 서부도시 헤라트의 한 투표소에서 무장들의 호위 속에 부르카를 쓴 많은 여성들이 투표를 위해 길게 줄 서 기다리는 모습. AP 연합뉴스

- 첫 민주적 방식 권력교체 될 듯

12년 넘게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 선거가 탈레반의 위협 등 악조건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아흐마드 유수프 누리스타니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5일(현지시간) 아프간 전 지역의 6500개 투표소에서 700만 명 이상을 투표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유권자의 60% 수준으로 30% 수준이었던 5년 전 대선 때보다 2배나 높다.

미국 영국 중국 등 세계 각국은 아프간 유권자의 용기있는 참여에 찬사를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선거는 아프가니스탄이 국제적인 지원을 계속 받고 민주적인 미래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일"이라며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뽑은 새 정부와도 동맹 관계를 이어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민주적인 방식의 권력교체다. 2001년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몰아낸 뒤 임시대통령으로 선출돼 지난 12년간 아프가니스탄을 이끌어 온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세 번 연속 대통령을 할 수 없다는 헌법 조항에 따라 이번에 출마하지 않았다.

전체 투표자 중 여성이 36%에 이를 정도로 여성들의 참여 열기가 높았다. 수도 카불에 마련된 여성 투표소에서 부르카를 쓴 채 투표한 파르와시 나세리는 이번이 자신의 첫 투표라며 "여성도 남성과 같이 교육받고 일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노인과 젊은이들도 적극 투표에 나서는 바람에 투표시간을 1시간 연장했다. 예상보다 많은 유권자가 몰리자 일부 투표소에선 투표용지가 모자라는 해프닝이 생기기도 했다.

개표는 6일부터 20일까지 실시되며 잠정결과는 24일 발표된다. 선관위는 7일부터 20일간 부정선거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고 조사한 뒤 5월 14일 최종결과를 발표한다. 최종결과 과반득표 후보가 없으면 같은 달 28일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대선에 출마한 후보 8명 중 각각 외무장관을 지낸 압둘라 압둘라와 잘마이 라술, 아슈라프 가니 전 재무장관이 엇비슷하게 득표해 결선투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델리·서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