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들 의심피하려 복지부동
- 기득권 반격에 권력투쟁 조짐도

시진핑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중국지도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 중인 반부패 개혁이 역풍을 맞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사정 한파가 지속되면 시 주석 체제의 중요한 버팀목인 경제성장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고, 반개혁 기득권 세력들이 반격에 나서면서 권력 투쟁 조짐마저 나타났다는 관측이다.

미국의 유력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이번 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올해 사정 한파로 1000억 달러(106조 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 대가를 치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고 영국 BBC 방송 중문판이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와 함께 리펑 전 총리가 사정의 대상에 오를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시 국가주석 정권에 대해 반격에 나섰다고 미국에 본부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이 전했다.

메릴린치는 보고서에서 시 주석이 주도하고 있는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로 명품시장, 고급음식점 등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데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으로 공공사업이 지연돼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올해 공무원들에 대한 공금을 사용한 호화회식과 선물 금지 조치로 국내 소비가 하락해 최소한 경제성장률 0.6% 감소의 부작용이 나올 것이라면서 전체적인 경제적 대가는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고 BBC는 전했다. BBC는 메릴린치의 이런 예측은 지나치게 보수적이어서 경제성장률 감소가 최대 1.5%에 이를 것이며, 이를 대략 계산해도 135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내 고급상가와 명품시장에선 이미 곡소리와 저주의 소리가 은밀히 나오고 있고 작년 국유은행들의 수신고는 전년대비 30% 급증했다. 정직하고 성실한 공무원들도 부패 의심을 받지 않으려고 복지부동하며 새 프로젝트들을 추진하지 않고 공금을 은행 금고에 맡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이 저우융캉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 일가와 측근들로부터 최소 900억 위안(15조5000억 원) 상당의 자산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져 저우 전 서기를 제거하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가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이 시진핑 지도부의 고강도 반부패 캠페인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가 지난달 31일 나왔다. 이는 공산당 원로의 정치 세력과 측근들을 너무 많이 건드리지 말라는 '명확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력 투쟁의 서곡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보쉰은 그러나 FT의 보도에 의혹을 표시하면서 이는 리펑 전 총리가 외신들이 믿게 하려고 거짓 정보를 흘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펑 전 총리는 사정 칼날이 자신을 향하는 조짐을 보이자 계파 세력을 총동원해 반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중국 최대의 수력발전댐 싼샤댐을 관리하는 창장싼샤집단의 차오광징 이사장과 천페이 사장이 동시에 전격 해임됐다. 이는 리펑 전 총리를 겨눈 조사의 신호탄이란 관측이 나왔다. 차오와 천은 리펑의 측근들이다.

시 주석 정권이 경제성장률 둔화와 기존 정치 세력들의 반발을 고려해 부패 척결의 강도와 속도 조절에 나설지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