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법 위반, 직무유기, 위증 등의 혐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 사직을 요구하고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내란 관련 증거를 없애려고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고 공소장에 증거인멸 혐의를 추가했다.

특검팀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원장은 지난해 12월6일 오후 4시43분께 박종준 당시 대통령실 경호처장의 전화를 받아 홍 전 차장의 비화폰 관련 대화를 나눴다. 박 전 처장은 홍 전 차장의 비화폰 화면이 국회를 통해 일부 공개된 것을 문제 삼으며 “홍장원이 해임되었다는 말도 있던데 비화폰 회수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조 전 원장의 요구를 받고 국정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면직 처리가 완료되면 절차에 따라 홍 전 차자 비화폰은 국정원 보안담당처에 반납될 예정이었다.

조 전 원장은 이런 사실을 무시한 채 박 전 처장에게 “홍장원이 소재 파악이 안 되고 연락 두절이라 비화폰을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처장은 “(비화폰 분실에 따른) 보안 사고에 해당하니 홍장원 비화폰은 로그아웃 조치하겠다. 통화 기록이 노출되지 않도록 비화폰을 삭제해야 한다”고 했고, 조 전 원장은 “그렇게 조치하면 되겠다”고 답했다.

이후 홍 전 차장의 비화폰은 원격 로그아웃 처리됐다. 윤 전 대통령과 통화 기록을 비롯한 정보들은 삭제됐다. 절차대로 회수됐다면 보존될 수 있었던 정보들이 임의로 폐기된 것이다.

홍 전 차장이 사용한 다른 비화폰(국정원 지급관리 비화폰)은 통상의 절차대로 납납됐고, 저장된 전자 정보가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비밀번호 변경’ 조치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조 전 원장은 홍 전 차장으로부터 국군 방첩사령부의 정치인 체포 계획을 듣고도 이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지 않는 등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 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진행되던 시기에 홍 전 차장의 계엄 당일 동선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국민의힘에 제공하는 등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 국정원 수장으로서 정치 관여가 금지된 국정원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내란 특검팀은 지난달 28일 조 전 원장을 정치 관여 금지의 국정원법 위반, 직무유기, 위증,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국회 증언 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