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원대 사이버 사기 피해금을 세탁해 범죄조직에 현금 등으로 건넨 일당이 무더기로 붙잡혔다.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자금세탁 조직 총책 A(30대) 씨 등 13명을 구속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을 비롯한 여러 사이버 사기로 발생한 돈 100억 원의 세탁을 의뢰받아 정상적인 돈처럼 꾸민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사이버 사기 조직의 청탁을 받아 자금을 세탁했다. A 씨 조직은 허위로 개설한 상품권 사업자 계좌로 이 돈을 건네받은 뒤, 이들로부터 상품권을 구매하는 식으로 돈을 한 바퀴 굴렸다. 이렇게 세탁된 돈은 현금이나 수표로 사이버 사기 조직에게 다시 전달됐다. 그 대가로 A 씨 조직은 수수료 명목의 돈을 챙겼다. 일당은 세탁한 돈의 10%를 수수료로 챙겼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이들이 실제 더 많은 대가를 챙겼다고 본다.

A 씨 조직은 지인 등을 통해 ‘검은 돈’을 받을 1차 계좌와 허위의 상품권 사업자 계좌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이 돈에 대한 인출책 역할을 맡으면 인출 금액의 0.8~1%의 수당을 주겠다고 약속하며 조직원으로 삼았다. 또 이들은 서울 일대에 조직원들이 생활할 숙소와 행동강령을 마련해 활동했으며, 자금세탁 조직원들에게 경찰 조사에 대비하여 증거인멸을 지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들은 자금세탁 외에도 투자전문가를 사칭해 가짜 증권거래사이트에 가입시켜 투자금 명목의 돈을 가로채는 등 20명으로부터 6억1000만 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경찰은 해당 사안을 수사하던 중 A 씨 조직의 자금세탁 범행을 파악했다. 경찰은 A 씨 조직에게 자금세탁을 의뢰한 사이버 사기 조직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