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月 8400벌 기름때 벗겨주지만
- 세탁기 수리 잦고 수입은 저조
- “서둘러 市 지원 조례 만들어야”

서부산지역 공장 노동자 작업복의 기름때와 쇳가루를 씻겨준 공동세탁소가 운영비 부족으로 존폐 기로에 섰다. 관련 지원 조례 제정 등 만반의 준비 없이 사업에 나섰다가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 임대료 부담까지 생겨날 상황에 처했기 때문으로, 지금이라도 시 조례를 만들어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부산 강서구 미음산단에 위치한 동백일터클리닝에서 자활근로자들이 세탁기 내부를 청소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3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강서구 미음산업단지에 들어선 작업복 공동세탁소 ‘동백일터클리닝’은 오는 10월 말 위탁계약 만료를 앞뒀다. 2020년 11월 들어선 이곳은 서부산에 자리한 기업 84곳의 작업복을 깨끗이 빨아 업체로 배송한다. 세탁기와 건조기 각 5대로 한 달 평균 8400벌을 세탁한다. 요금은 춘추복 500원, 동복 1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이곳은 강서구지역자활센터가 운영한다.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으로부터 운영을 위탁받았다. 서부산지역 노동자의 작업복을 세탁할 곳이 없다는 업계 목소리를 수렴해 조합이 시와 고용노동부의 ‘산업단지 환경개선사업 정부합동공모’에 지원한 것이다. 작업복은 기름때와 세균 감염 우려 때문에 일반세탁소가 기피하는 경우가 많고, 쇳가루 탓에 집안에서 세탁기를 돌리기도 어렵다는 점이 반영됐다.

사업 선정 뒤엔 운영을 맡은 센터 측이 자활사업 명목으로 국비를 받아 세탁소를 돌렸다. 지난해 기준 2억8000만 원을 지원받았는데, 그중 80%를 인건비(10명)로 쓴다.

문제는 이곳의 수입이 예상보다 적다는 점이다. 처음 세탁소를 차릴 땐 하루 2000벌을 수용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실제론 이의 25% 수준에 그쳤다. 또 쇳가루 등이 묻는 작업복 특성상 세탁기 고장이 잦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만 500만 원가량을 수리비로 썼다. 게다가 지난해 12월엔 세탁소가 자리한 건물이 조합에서 다른 이에게로 소유가 넘어갔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는 월 200만 원 수준의 임대료를 추가 부담해야 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동세탁소와 관련한 시 조례 등 제반 여건이 꼼꼼히 챙겨지지 못한 영향도 컸다. 당시 사업이 공모에 선정됐는데도 운영 지속성이 담보될 공공건물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자칫 국비를 날릴 상황에 놓이자 서둘러 민간 소유인 조합 건물에 세탁소를 차렸다. 이런 사정에 관련 지원 조례 하나 없이 사업이 시작됐다. 위탁 운영 기한인 오는 10월 이후 방안 등도 사업계획서에 담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자 지금이라도 서둘러 지원 조례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온다. 전국 광역·기초지자체 중 작업복 세탁소와 관련한 조례를 둔 곳은 모두 26곳으로, 대부분 운영 경비 지원을 명시화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동부산에서도 작업복 세탁소를 만들자는 주장이 나온다. 서부산 세탁소가 존립 위기를 맞으면 동부산 세탁소도 탄력을 받지 못할 우려가 크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공론화 작업을 거쳐 조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 공공 건물 확보 등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