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서울에선 심야에 택시를 잡지 못해 ‘대란’이 일어납니다. 반면 폐업하거나 휴업하는 택시회사도 늘고 있는데요. 부산에선 금륜산업이 휴업에 들어간 데 이어 대도택시가 오는 10월 폐업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국제신문이 취재했습니다.

심야 시간마다 택시대란이 이어지는 한편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대도택시는 다음달 폐업을 앞두고 있다. 김태훈pd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택시는 24만9620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25만1793대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반면 법인 택시기사는 10만2320명에서 7만4571명으로 약 27% 감소했습니다.



부산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부산의 등록택시는 2019년 2만4377대에서 올해 2만3892대로 약 2% 감소에 그쳤는데 법인 택시기사는 1만649명에서 7095명으로 33% 줄어들었습니다.

[부산시의회 이복조 의원(제308회 임시회)] “부산시에 따르면 운수 종사원은 매년 감소하고 있어요. 휴차율은 33%, 가동률은 겨우 67%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도로 위를 달려야 하는 택시들이 운행할 사람이 없어 차고지에서 기약 없이 멈춰 있는 것입니다.”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대도택시 차고지에 운행을 멈춘 택시들이 주차돼 있다. 김태훈pd

심야시간에 ‘택시 대란’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법인 택시기사 수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고령자 비율이 높은 개인택시 기사들은 야간보다 주간 운행을 선호합니다.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 노영욱 부이사장] “법인택시 경우는 근로에 대한 급여를 받기 때문에 야간에도 운영을 해야 되는데 지금 문제는 법인택시가 가동률이 그만큼 떨어져 있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심야 승차난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습니다.”

부산 연제구 부산지법 앞에서 택시회사 대표가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제신문DB

최근에는 법인택시 사장님들이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이 소정근로시간제를 둘러싼 소송에서 택시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인데요.

소정근로시간제는 택시기사처럼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노사가 정한 시간만큼 임금을 주는 제도입니다. 대법원은 “사측이 최저임금 적용을 회피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해 임금협약을 체결한 것은 탈법행위로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택시회사 차고지에 택시들이 주차돼 있다. 김태훈pd

법인택시 기사들은 소정근로시간 단축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은 만큼 미지급된 최저임금을 보전하라고 주장합니다.

그러자 사측은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심화하는데 최저시급이 오르면 경영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반발합니다. 실제로 택시 195대를 보유한 금륜산업은 올해 7월 부산에서 처음으로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민주택시노조 금륜산업분회 허남군 지회장] “우리가 보통 12시간 일하잖아요. (그런데) 사람 찾으러 다니고 이런 거는 (사측이 근로시간으로) 책정을 안 하는 거예요.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2019년 4월 18일 났단 말입니다. 2019년도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최저임금을 못 받고 있어요.”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 노영욱 부이사장. 김태훈pd

택시회사의 입장은 다릅니다. 노동자 관리·감독이 불가능한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 노영욱 부이사장] “사납금을 인상을 하는 것보다 (소정근로)시간을 조금 줄여서 기사님들이 추가 운송 수익금을 더 가져가는 것을 노조 쪽에서 더 요구를 하신 상황이에요. 노사가 합의를 한 상황인데 이제 와서 그거는 최저임금법에 대한 잠탈이라고 하시니 너무 답답한 얘기고….”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대도택시는 경영난으로 다음달 폐업을 앞두고 있다. 김태훈pd

부산 사상구의 대도택시는 경영난이 가중되자 오는 10월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부산에서 법인택시가 폐업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 노영욱 부이사장] “대도택시 폐업은 굉장히 충격적이죠. 부산시내 96개의 법인 택시 회사가 있는데 대도택시는 어떤 면으로 보더라도 상위에 들어가는 회사였습니다. 부산 96개사 택시 중에서 지금 자본 잠식이 안 돼 있고 대출이 자유로운 회사가 거의 없습니다. 폐업이 (전국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시민들이 택시승차장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시는 택시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연말까지 심야 시간 택시부제 해제를 추진 중입니다. 또 특례보증지원을 검토 중인데요. 택시업계는 보다 실효성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부산시 택시운수과 담당자]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되는 그 시점 쯤에 심야 시간대에 대란이 있어가지고 연말까지 시범적으로 부제 일부를 완화했거든요.”

부산시는 내년 택시 요금산정 타당성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부산시 제공

택시 노사는 경영난 해소를 위해 요금 인상을 요구합니다. 부산시는 내년 용역을 실시해 요금 인상의 타당성을 판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시민단체는 물가 인상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민주택시노조 금륜산업분회 허남군 지회장] “택시 요금을 인상해야 됩니다. 월급제하고 (기본)요금 올리고 (심야시간) 탄력요금제 하고 그래도 기사들이 올까 말까 할 겁니다.”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 노영욱 부이사장] “지금 OECD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이 택시 요금이 제일 낮아요. 대한민국의 공공요금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싶다라는 정책에 대해서는 찬성합니다. 그러려면 재정 지원을 하든지 버스와 지하철처럼.“

[부산시민단체협의회 조정희 회장] “택시 요금 잠깐 올려주면 되느냐. 말하자면 임시방편이지 그게 장기적인 안목이 아니지 않습니까. 택시 타는 소비자와 업주와 택시 기사와의 괴리가 너무 심해요. 소비자 입장이라든가 하는 것을 (연구)용역을 해서 서로의 괴리를 좀 좁혀가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되겠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깊어지고 있는 택시산업의 위기. 정부와 택시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신문이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