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고령자고용촉진법이 개정되면서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의무화된 이후 임금피크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청년 실업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후 청년 고용 증가 실효성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오간다.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외벽 모니터의 고령자 계속 고용장려금 광고. 연합뉴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 판단했다. 법원은 임금피크제의 합리적 이유를 위한 4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 타당성 ▷근로자들의 불이익 정도(임금 삭감 폭) ▷대상 조치 도입 여부 및 적정성(깎인 임금 대비 업무량 감축 여부)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본래 목적에 사용됐는지 등을 임금피크제 효력에 관한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단순히 나이만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임금피크제도는 무효라고 본 것이다.

지난해 6월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 결과’ 300인 이상 사업체 중 53.6%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2016년 임금피크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후 6년 만에 300인 이상 기업 절반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엔 ‘선배 노동자 임금을 줄여 청년 고용 늘리자’는 사회적 합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임금피크제가 청년 고용에 영향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통상학회지에 실린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고용 효과 분석’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도입 해당 연도에만 전체 노동자가 증가했지만, 2~4년 뒤에는 효과가 사라졌다. 노조·노동자에게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고 청년을 포함한 전체 인구의 고용량이 증대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현실에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청년 고용률 역시 개선되지 않았다. 2016년 청년고용률이 41.7%(실업률 9.8%)였지만, 2020년 역시 42.2%(9%)로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작년 청년고용률은 44.2%(7.8%)로 1년 전에 비해 소폭 올라 청년층의 고용 상황이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이후 저임금 일자리 증가가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임금피크제와 관련성은 떨어진다.

실제 임금피크 적용으로 반발이 심한 곳으로 꼽히는 공공기관에서 청년들의 신규 채용 규모는 심각한 수준이다. 청년고용의무제가 적용되는 공공기관 중 청년신규고용비율은 지난해 5.8% 기록했는데, 이는 2018년(6.9%), 2019년(7.4%)에 비해 감소했다.

블라인드와 임금피크 적용 부산 공공, 대기업 직원들 사이에선 “임금피크 이후 인력 부족, 신입사원 채용이 활발하지 않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부산의 한 기업 현장직에서 근무하는 김모(34) 씨는 “취지와 달리 회사에선 신입사원 채용이 원활하지 않아 인원 부족과 업무 강도가 높아진 것을 느낀다. 도입하더라도 정년 연장과 함께 병행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개인이 소송을 진행해 법원이 회사의 임금피크제를 무효라 판단하더라도 깎인 임금 모두를 받을 순 없다. 임금채권 소멸시효가 3년인 점을 고려할 때 퇴사 후 3년이 지나면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임금피크제 무용론을 제기하며 청년 일자리 정책 자체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부산노동권익센터 박진현 연구위원은 “임금피크 적용으로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삭감돼 임금 체계는 개악됐다.대기업 공공기관 등 10%의 임금체계 개편이 아닌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고용 문제에 집중할 때 일자리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로 임금피크 자체가 무력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나온다. 부산대 신원철(사회학과) 교수 “이번 대법원의 판단은 엄밀히 보면 임금피크제의 합리성 입증 책임을 기업에 돌린 것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판결로 임금피크 대상 노동자들의 근로 시간 단축도 전망된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임금피크 적용을 통해 월급을 줄이기 위해선 사측은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직무를 바꿔줘야 하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임금이 감소할 때 연령 이외에 다른 요인으로 합리화할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