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올해 임금협상이 출발 단계에서부터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년 연장과 미국 공장 설립 등 노사 모두 양보하기 어려운 쟁점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아예 출정식에서 교섭 장기화를 선언했다.

지난 25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노조의 올해 임금협상 출정식. 현대차 노조 제공

26일 지역 노동계에 따르면 안현호 현대차 노조지부장은 전날 개최한 ‘2022년 임금 투쟁 출정식’에서 일성으로 “올해 교섭은 굵고 길게 간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올해 임금협상 교섭은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 타결 시기는 회사가 판단해야 한다”는 말로 올해 협상이 순탄치 않고 장기화 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25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노조의 올해 임급협상 출정식에서 안현호 지부장이 협상 장기화를 시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제공

현대차 노사는 지난 10일 상견례를 하고 올해 임협을 시작했다. 그런데 불과 보름만에 가진 노조 출정식에서 지부장이 협상 장기화 가능성을 조합원들에게 미리 선언했다는 점이 이런 우려를 뒷받침 한다.

이런 배경에는 올해는 임금 협상만 열리는 해이지만 단협 보다 더 민감하고 쟁점화 할 만한 특별요구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회사에 제시한 특별요구안 중 가장 쟁점 가능성이 높은 것은 신규 인원 충원, 정년 연장, 고용 안정 등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정년 연장 부분이다. 노조는 이를 ‘한시 공정 이외 촉탁직’ 내지는 ‘시니어 촉탁제’로 불리는 이 제도를 폐지해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자연스럽게 1년 더 연장하려 한다. 시니어 촉탁제는 정년퇴직자 중 희망자만 회사가 신입사원에 준하게 임금을 지급하고 1년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노조는 회사가 시니어 촉탁제를 시행하고 있는 이유가 그만큼 인력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한다. 따라서 당연히 정년 연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사실상 정년 연장을 뜻하는 이 문제는 정부의 정책과 괘를 맞춰야 하는 사안이기에 현대차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다.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때 회사가 발표한 미국 전기자동차공장 신설 문제에 대한 노조 반발도 쟁점 중 하나다. 노조는 노사합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과 고용안정 등을 이유로 해외투자 계획에 반발한다. 하지만 회사가 방침을 번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가간 신뢰 문제도 있지만 전기차 북미시장 선점 차원에서 교두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 관계자는 “노조가 임협안으로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 30%를 성과급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특별요구안 비중이 워낙 커 협상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느낌이다. 협상이 험로이면서 장기화 할 공산이 크다”며 “하지만 노사간에 명분과 실리를 놓고 적절히 타협하면 이외의 결과도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