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법인택시의 사납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택시 기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택시업계는 사납금 외에는 별다른 수익 수단이 없는 산업 특성상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시민이 동구 부산역 광장 택시승강장에 승차대기중인 카카오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은 오는 9일부터 택시기사의 사납금과 임금을 각각 인상한다고 7일 밝혔다. 이날부터 1인 1차(노동시간 5시간 40분 기준) 기사는 사납금을 15만3000원에서 18만9000원으로 3만6000원 더 낸다. 월급은 122만8000원에서 172만8000원으로 50만 원 오른다. 2인 1차(두 사람이 교대하며 운행) 기사의 사납금은 11만2500원에서 14만8000원, 월급은 109만9000원에서 154만 원으로 증액된다.

법인택시 노사는 지난달 30일 증액분에 합의하고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했다. 양측은 지난해 10월 27일부터 임단협을 시작해 21회에 걸친 교섭 끝에 이같이 중지를 모았다.

사납금이 오른 이유로 조합은 최저임금을 든다. 2009년 국회는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택시기사의 최저임금은 초과운송수입(수입에서 사납금을 뺀 액수)을 제외한 후 산정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택시 회사들은 기존 기본급으로 최저임금 기준을 충족할 수 없게 됐다.

이에 회사들은 하루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으로 최저임금을 맞추려 했다. 그러나 법의 조항을 회피하려고 임의로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건 위법하다는 법원 1·2심이 판단이 나왔다. 조합은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부산노동청이 제시한 소정근로시간인 5시간 40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주려 했다.

여기에 전체 임금이 오르면 퇴직금과 같은 후불성 임금도 따라 오른다.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사납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게 조합의 설명이다. 조합 관계자는 “택시는 운송수입금(사납금) 외에는 수익이 없다. 택시는 산업 특성상 임금이 전체 지출의 30~40%를 차지해 임금이 오르면 운송수입금도 늘려야 회사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조합이 한 회계 법인에 의뢰한 운송수지 분석 및 요금인상률 산정 결과를 보면, 지금의 사납금 규모로는 운행차량 1대당 4만 원 수준의 적자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 기사들은 ‘월급보다 사납금이 더 많이 올랐다’며 항변한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부산지회 관계자는 “조합은 임금 지출을 줄이려고 2인 1차 운행을 크게 늘렸다. 여기에 사납금까지 더 받으려 한다”며 “나이가 많아 이직이 어려운 택시 기사의 사정상 수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다. 가뜩이나 코로나19를 거치며 많은 기사들이 휴업에 들어갔는데, 사납금까지 오르면 아무도 운전대를 잡지 않으려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