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형평성 문제 등을 겪던 코로나19 방역패스(국제신문 지난 2월 25일 자 8면 보도)가 1일부터 결국 일시 중단된다. 이번 결정으로 향후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제 방역패스가 의미 없을뿐더러 사회적 거리두기도 점차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방역패스가 해제됐다고 알리는 모습. 국제신문DB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일부터 방역패스와 이를 위한 보건소 음성확인서 발급을 일시 중단한다고 28일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방역체계를 개편한 뒤 방역패스를 도입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미접종자를 보호하는 취지 등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방역패스가 도입된 후 법원의 효력 정지 결정이 잇달아 나오면서 지역별 형평 문제 등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 23일 대구지법이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 일부를 인용하면서 대구의 식당·카페에서 60세 미만은 방역패스를 내지 않아도 됐다. 대구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방역패스가 그대로 적용돼 지역별 형평성 문제가 발생했다. 앞서 백화점·대형마트 방역패스의 효력이 정지되고 청소년 방역패스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정부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대응 체계를 진행하면서 1일부터 확진자의 동거가족은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자가격리를 하지 않게 됐다. 백신 접종자는 그동안 수동 감시 대상으로 별도의 격리를 하지 않았지만, 미접종자는 확진자와 함께 7일간 격리해야 했다. 이제는 미접종자도 수동 감시로 바뀌게 되면서 사실상 방역패스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일각에서는 3월 대선을 앞두고 선거용 선심성 정책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오미크론 확산 이후 확진자가 정점을 찍었는지 여부 등이 결정 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방역패스를 중단해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이런 추세라면 현재 사적모임 인원 6명,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밤 10시까지 운영시간 제한 등도 풀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방역패스 중단으로 백신 접종을 안 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사회 활동을 하려면 예방접종을 하고 방역패스를 얻는 게 필수였는데, 방역패스 중단으로 별다른 지장 없이 식당·카페 등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미크론 대응을 위한 방역·의료 체계 개편 ▷보건소 업무 부담 가중 ▷최근 법원 결정 등을 감안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 1일부터 확진자의 동거가족은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격리 의무를 면제하도록 했고, 확진된 의료인의 격리 기간을 3일까지로 단축한 점 등을 고려해 방역패스를 중단함으로써 방역정책의 일관성을 높이고자 했다. 또 현재 보건소에서 하루 평균 25만 건의 신속항원검사를 수행하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방역패스용 음성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한 것으로 나타나 보건소의 가중된 업무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최근 법원 결정으로 연령별 지역별 방역패스 적용 여부가 달라지면서 불균형을 해소하는 측면도 반영됐다.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방역패스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동아대 의대 손현진(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접종률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 방역패스가 큰 의미가 없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어 방역패스를 폐지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방역패스 적용과 백신 접종률도 별다른 관계는 없을 것 같다. 치명률은 노인에게서 높은데 노인의 3차 접종률이 높아 고위험군을 관리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도 이제 단계적으로 해제해야 한다. 이제는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측면으로 코로나19를 이해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