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주선 텐트 치며 예약 전쟁도
- 부산 민간은 200만 원대 ‘훌쩍’

- 市, 건강관리사 지원 등만 확대
- “시설 열악한 서부산 조성 필요”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산후조리원이 값싼 이용료와 높은 시설 수준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심각한 저출산에 시달리는 부산은 적자와 민간 반발을 이유로 공공조리원 설립 계획을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는 지역적 여건에 맞춰 장기적으로 공공조리원을 늘려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부울경 최초로 지난해 7월26일 문을 연 울산 북구 공공산후조리원 내 2층 신생아실 전경. 사전 관찰실과 격리실, 의료기관 수준 음압 설비를 갖추고 있다. 울산 북구 제공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기초단체가 운영하는 공공산후조리원은 총 13곳이다. 공공조리원은 민간 조리원과 비교해 이용료가 저렴하고 건물 또한 비교적 신축이라 인기가 높다. 지난해 7월 문 연 울산 북구공공산후조리원은 2주 기준 189만 원, 경기 여주공공산후조리원은 168만 원의 이용료를 받는다.

그런데 아기 울음소리가 뜸해진 부산에는 정작 공공조리원이 없다. 2015년께 설립을 검토했다가 중단한 이후 사실상 계획을 포기했다. 그 무렵 시는 조리원을 신축하거나 부산의료원에 20병상 규모의 조리원을 부설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그러나 조리원을 새로 만들면 건축비를 포함해 131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혜를 보는 산모 역시 전체의 2%에 그치고, 연간 적자 또한 해마다 6억~8억 원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게다가 해마다 출산율이 줄고 있는 터라, 공공조리원이 생기면 민간 조리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부산의 2020년 합계출산율 0.747로, 17개 시·도 중 16위이다. 이 때문에 시는 ‘향후 지속 추진’이라는 모호한 결론을 내린 채 계획을 마무리했다.

법령과 조례의 충돌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부산시의회는 2015년 9월 ‘산후조리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에는 부산시장이 조리원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그런데 상위법인 모자보건법은 공공조리원의 추진 주체를 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도지사 시장 군수 도지사 구청장 등으로 특정했다. ‘광역시장’은 조리원 추진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공공조리원이 없는 부산 시민은 민간이 운영하는 산후조리원 24곳을 이용하고 있다. 이곳들은 일반실 2주 입원을 기준으로 138만~350만 원의 이용료를 받는다. 대체로 200만~220만 원 사이다. 여기에 예약금 10%를 별도로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울산 공공산후조리원

부산 바깥에서는 공공조리원의 인기가 높아 예약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울산 북구 공공조리원은 오는 7월까지 예약이 꽉찼다. 여주 공공조리원은 새벽부터 텐트를 치며 예약을 따내려는 이들로 진풍경을 이룬다. 확장 속도 또한 탄력이 붙었다. 경남 밀양시는 오는 3월 공공조리원을 개소한다. 대선 후보의 공약으로도 공공조리원이 언급되면서 국비 지원 확대까지 기대해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시는 공공조리원 대신 보건복지부의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 사업을 확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한다. 건강관리사가 출산 가정에 방문해 산모의 산후 회복과 신생아 돌봄, 가사 활동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원래 이 사업은 첫째아이 출산 시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2인 기준 약 463만 원) 가정에만 건강관리사를 지원했다. 둘째아이부터는 소득 기준이 없다. 이에 시는 자체 예산 10억 원을 편성해 첫째아이도 소득에 무관하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공공산후조리원은 수혜 규모에 비해 많은 예산이 들고, 민간의 반발 또한 불가피하다. 더 많은 산모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는 출산 영역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지역 여건에 맞춰 공공조리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하정화 박사는 “장기적으로 산후조리원이 부족하거나 시설이 열악한 서부산 지역을 대상으로 공공조리원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출산 영역의 공공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공공산후조리원 현황 전남 해남·강진· 완도·나주, 충남 홍성 강원 삼척·철원·양구, 서울 송파, 경기 여주 경북 울진, 제주 서귀포, 울산 북구 ※출처:보건복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