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라노’입니다. 어느새 날씨가 부쩍 추워졌어요. 이게 무슨 징조일까요? 바로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뜻. 올해도 ‘가을야구’ 진출이 불투명한 롯데 자이언츠 성적에 말잇못(=말을 잇지 못함). 선배 한 분이 실망한 제게 야구공 하나를 주시더군요. 빨간 실밥으로 촘촘히 꿰매진 야구공. 문득 ‘야구공 실밥은 몇 개일까?’가 궁금해졌습니다. 직접 손으로 세어보니 총 108땀. ‘왜 하필 108땀이지?’

	(굳이) 실밥을 직접 하나 하나 세고 있는 라노.

실밥은 공의 속도를 높입니다. 실밥의 거친 표면 때문에 얇은 막이 생기는데요. 야구공이 공기 저항을 덜 받게 되는 이유이죠. 실밥은 다양한 변화구도 만들어냅니다. 야구공이 전진할 때 공기의 압력차를 만들어 회전 효과를 극대화시킵니다. 다시 야구공은 왜 ‘108’땀이냐! 전문가 자문과 문헌을 통해 얻은 결론은 ‘큰 의미가 있는 숫자는 아니다’입니다. 공식 야구 규칙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요. 야구공 하나를 만들려면 약 223cm의 실이 필요합니다. 그 실을 야구공의 표준 둘레(22.9~23.5cm)에 맞춰 꿰매니 108땀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하필 108이라니…’ 숫자 108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저는 불교 신도들의 ‘108배’가 떠올랐어요. 번뇌를 잠재우기 위해 108배를 올리는 보살의 모습이요. 부산에도 아주 유명한 보살이 있습니다. 계속되는 부진에도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팬들이 보살입니다.

10월 18일 기준 현재 롯데의 성적은 10개 팀 중 8위. 가을야구에 가려면 남은 9경기를 모두 이기고 다른 팀이 부진하길 바래야 한답니다. 프로야구 원년팀 가운데 정규시즌에서 우승 못한 팀은 롯데가 유일합니다. 한국 시리즈 우승도 1984년과 1992년 딱 두 번 뿐. ‘DTD(Down Team is Down)’라는 비아냥도 자꾸만 따라다닙니다. 1992년 염종석 선수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신인왕을 배출한 적도 없습니다.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라노.

그래도 롯데를 향한 부산갈매기들의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KBO리그 연도별 역대 홈 관중 1~4위는 모두 롯데 차지. 2009년엔 무려 약 138만 명을 기록. 2010년 롯데가 부산 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는 약 2313억 원으로 추정돼요. 응원 문화도 남다릅니다. 주황색 쓰레기 봉투를 머리에 쓰고 응원하는 모습은 유명하죠. 목청껏 응원가를 떼창하는 팬들의 모습에 ‘사직노래방’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스타 선수 ‘이대호’에게 붙은 별명은 10개가 넘어요. ‘조선의 4번 타자’부터 ‘빅보이’ ‘거인의 자존심’ …. 괜히 ‘구도(球都)’라고 불리는 게 아닙니다.

롯데는 최근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후반기 승률 1위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대하게 했죠. 하지만 역시는 역시. 지난 주말 SSG와의 3연전을 루징 시리즈로 마무리했습니다. ‘가을야구’ 마지막 희망의 불씨가 사그라드네요. “롯데가 잘하면 집안이 평화롭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십여 년간 108배를 올리며 우승을 기다린 보살들. 이제는 롯데가 보답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라노도 이제는 그만 기다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