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바다 위 윤창호법’이라고 불리는 해사안전법이 개정되면서 음주 운항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음주 운항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해경은 모든 선박을 감시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단속과 계도 활동을 계속 전개한다는 입장이다.

부산해양경찰서는 지난 13일 오후 10시19분 부산 영도구 동삼동 해상에서 예인선 A 호(112ｔ)를 음주 운항한 B(60대) 씨를 해사안전법 위반 혐의로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B 씨는 적발 당일 오후 6시30분 부산 감천항에서 출항해 부산 북항으로 운항하던 중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에 따르면 A 호가 지정된 항로를 이탈하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B 씨에게 입항 보고 확인을 위해 교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B 씨는 여러 차례 교신에도 응하지 않았고 연결이 됐을 때는 횡설수설하면서 응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VTS 관계자는 B 씨의 말투가 이상하고 교신이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을 의심해 부산해경 상황실로 통보했다. 음주 측정을 한 해경은 B 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176%로 나오자 검거했다.

음주운항 적발 건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부산 연안에 적발된 음주 운항은 총 39건에 이른다. 코로나19 여파로 단속이 저조했던 올해(4건)를 제외하면 지난 4년 간 9건 내외의 적발 건수를 유지했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 0.2% 미만인 경우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전에는 수치별로 세분화 없이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일 때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벌금 등으로 처벌했다.

문제는 법이 강화됐음에도 제도적으로 음주운항을 막을 방법이 딱히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에 과속·항로이탈 선박을 자동탐지하는 시스템 설치했지만 음주 운항 탐지는 불가능하다. 해양경찰청은 올 연말 대형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음주 운항을 자동으로 탐지하는 시스템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지만 상용화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부산해경 관계자는 “선박 관계자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음주 운항 단속 횟수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