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프로농구 kt 소닉붐 농구단의 ‘야반도주식’ 연고지 이전을 향한 지역사회의 분노는 말로 그쳤다. kt의 수원행에 반발했던 부산시는 이후 별 반응이 없다. ‘불매운동’을 선언했던 시민단체와 시민도 언제 그랬냐는 듯 침묵하고 있다.

kt 소닉붐 농구단은 지난 2일 ‘2021-2022 수원 kt 소닉붐 출정식’을 열었다. 선수단은 수원 팬과의 첫 온라인 만남에 들뜬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서동철 감독은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긴 기념으로 우승해야 될 것 같다”고 첫인사를 했고 김영환 선수는 수원 팬에게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kt는 지난달 30일 경기도 수원에서 5년 동안 연고협약을 체결했다. 부산에서 소홀했던 지역 농구발전을 위한 다양한 공헌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연고지 행사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처럼 4대 프로 스포츠(야구 축구 농구 배구)를 모두 보유하며 축제 분위기인 수원과 달리 농구단을 뺏긴 부산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 애초 부산시가 kt 농구단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면 연고지 이전은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가 뒤늦게 구애해 봤지만 이미 돌아선 kt의 마음을 가져오지 못했다.

‘kt 불매운동 카드’를 꺼내 들었던 시민사회도 조용하다. 12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부산시민단체협의회는 kt의 일방적인 연고지 이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기업의 경제 논리만 내세운 kt, 시민의 신뢰를 저버린 kt’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t가 시와 연고지 재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속적 불매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압박했다.

당시 시민단체협의회에 참여한 YMCA 오문범 사무총장은 4일 “프로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방식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메시지였다. 실질적으로 불매운동으로 이어가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kt 농구팬 김모(37) 씨는 “kt 불매운동에 참여하고자 했지만, 약정기간 내 해지 시 위약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계약은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