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이 9월 1일 창간 74주년을 맞아 지난달 31일 자 1·3면을 시작으로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를 유치·개최한 국가와 개최 도시가 어떤 차별화된 전략으로 유치에 성공한 비결을 심층 분석한 ‘엑스포 유치 성공 이래서 가능했다’는 기획을 연재합니다.

	국제신문 8월 3일 자 3면 기사

	국제신문 8월 3일 자 면 기사

기사를 쓴 서울경제부 이석주 차장은 ▷주제의 적합성·매력성·차별성 ▷국민의 엑스포 개최 열망 ▷교통 접근성 ▷민·관·정 협력체계 구축 ▷글로벌 유치 교섭 활동 같은 가치에 중점을 둔 비계량화 항목이 유치 성공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개최 장소의 면적이나 예상방문자 같은 외형적 항목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차장은 2010년 상하이 엑스포(2002년 12월 선정) 2015년 밀라노 엑스포(2008년 3월 선정) 2020년 두바이 엑스포(2013년 11월 선정) 2025년 오사카 엑스포(2018년 11월 선정)를 다각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코로나19로 여파로 행사가 연기돼 다음 달 개막하는 2020 두바이 엑스포의 경우 알막툼 신공항과 개최지가 30분 만에 연결되는 등 뛰어난 접근성이 높은 점수를 받은 데 한몫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한민국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려면 가덕신공항이 차질 없이 건립되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특화된 주제도 높은 점수를 받은 또 다른 이유로 꼽힙니다. 두바이가 제시한 주제는 ‘마음의 연결, 미래 창조(Connecting Minds, Creating the Future)’. 그 주제(테마)를 구체화할 소주제로 기회(Opportunity) 이동성(Mobil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제시됐고, 두바이의 미래 발전 전략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수정궁에 인류 최초의 수세식 공중화장실

엑스포의 효시인 런던 박람회는 1851년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 수정궁(Crystal Palace)에서 열렸습니다. 공식 명칭은 만국 산업생산물 대박람회(The Great Exhibition of the Works of Industry of All Nations)입니다.

수정궁은 온실 형태의 독특한 양식, 거대한 규모, 유리를 활용한 자재로 설계 단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습니다. 수정궁이라는 명칭은 당시 시사만평잡지 <펀치(Punch)>가 전통적 건축 재료인 돌이나 벽돌이 아니라 유리와 철골로 뒤덮인 파격적 외양을 빗대 붙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정궁의 규모는 가로 563ｍ, 세로 124ｍ 높이의 지붕을 얹었습니다. 수정궁이 지어진 하이드파크는 영국 왕실의 사냥터였습니다. 이곳에 자라던 30ｍ 높이의 거대한 느릅나무 세 그루를 중앙 돔 하부에 그대로 두어 실내 조경으로 활용했습니다.

수정궁에는 또 다른 비하인드 스토리가 전해집니다. 오룡이 쓴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 33쪽을 보면 수많은 관람객이 찾은 수정궁 한편에 인류 최초의 공중화장실이 있었다고 합니다. 배관공 출신의 조지 제닝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수세식 화장실로, 유료였습니다. 볼일을 보고 나서 줄을 잡아당기면 금속 변기를 씻어 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조지 제닝스는 이 발명품을 ‘Water Closet’(물 벽장이라는 뜻)이라고 불렀습니다. 오늘날 화장실 문에 적힌 ‘W.C’는 런던박람회에서 유래했습니다.

당시 화장실 사용료는 1페니였습니다. 영어 관용구에 ‘spend a penny’란 표현이 있는데 ‘화장실 간다’는 뜻입니다. 화장실 유료 입장객은 박람회가 열린 1851년 5월 1일부터 10월 11일까지 164일간 연인원 82만7280명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관람객이 603만9205명이었으니 7명에 1명꼴로 화장실을 이용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조직위는 화장실 사용료로 8270파운드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는 박람회 전체 수익 15만 파운드의 5.5%에 해당합니다. 1페니는 한국 돈 17원가량인데 19세기 중반 화폐 가치로는 그 50배가 넘는 850~1000원의 가치를 지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

●수정궁 설계한 지방 출신의 조셉 팩스턴

런던 박람회 조직위는 박람회장 건물 설계안을 국제 공모에 붙였습니다, 254건이 응모됐지만 모두 조직위가 제시한 기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1850년 6월 조직위가 전체 회의를 열고 당선작을 뽑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행사가 1년도 채 남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이때 지방의 이름 없는 조경 건축가인 조셉 팩스턴이 혜성처럼 나타났습니다. 그는 ‘대형 온실’ 설계안을 들고 조직위를 찾아가 “적은 예산으로 짧은 기간 안에 지을 수 있고 나중에 철거도 가능한 건축 형태는 온실뿐”이라고 설득했습니다. 팩스턴은 데번셔 지역에서 대형 온실을 지은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에 처한 박람회를 구해줄 건축 실험에 들어갔습니다, 1850년 7월 30일 착공부터 12월 완공까지 불과 17주밖에 걸리지 않아 주위를 놀라게 했습니다. 비결은 유리와 철골을 다른 장소에서 따로 제작한 뒤 현장으로 옮겨서 짓는 조립식 공법을 사용했습니다.

그는 수정궁 설계로 하루아침에 세계적 건축가가 됐습니다. 아울러 설계비로 5000파운드의 거액을 받았고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직접 비세습 귀족인 기사(knight) 작위까지 받았습니다,

2030 부산 월드엑스포를 유치해서 조셉 펙스턴처럼 발상의 전환으로 지역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가 혜성처럼 등장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오상준 기자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