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도시인 경남 거제시의 유일한 대학이자 조선·해양 특성화 교육기관인 거제대학교 운영권 이전 문제가 지역 핫이슈로 떠올랐다.

22일 거제시에 따르면 거제대를 운영하는 대우조선해양과 학교법인 세영학원은 부산에 본사를 둔 건설사에 대학 운영권을 넘기려는 양도 협의를 진행 중이다. 거제대는 옛 대우그룹 산하 대우학원이 1990년 설립했다. 대우그룹 해체 후 그룹 계열이면서 거제에 조선소를 둔 대우조선해양이 출자한 학교법인 세영학원이 2008년 대학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계속된 조선산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자 거제대 운영에 부담을 느껴왔다. 그동안 400억 원 이상을 투입했는데 경영난 등으로 계속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운영권을 넘겨받으려는 곳은 부산지역 건설사로, 학교법인에 200억 원 출연과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회 임원 변경 등을 인수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설사는 최근 거제대 현지 실사를 벌였다.

대우조선해양은 다음 달 말 이사회를 열어 운영권 양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거제시는 대학 운영권이 향토기업인 대우조선해양에서 부산지역 기업으로 넘어가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시는 입장문을 통해 대학 운영권 매각 재검토와 대우조선해양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영정상화라는 자본 논리만 앞세워 지역사회와 아무런 소통 없이 대학 운영권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시는 매각에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 해도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학 발전 방향에 대한 검토와 검증, 보완점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도 대학 운영권이 향토기업이자 대기업인 대우조선해양에서 다른 지역 건설사로 바뀌면 대학 위상 하락과 지역인재 채용 생태계 붕괴 등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한다. 건설사가 운영하면 조선해양 특성화 교육기관이란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거제대는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직업인을 양성한 지역인재의 요람으로 함께 해왔다”며 “양수·양도자와 지역사회 간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경남 거제시의 유일한 대학인 거제대학교를 운영하는 대우조선해양과 학교법인 세영학원이 부산에 본사를 둔 건설사에 대학 운영권을 넘기려는 양도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거제대학교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