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나온 경남 김해시 구산동 고인돌이 제대로 된 묘역을 갖춘 세계 최대 고인돌인 사실이 확인됐다. 학계는 국내 청동기 시대 고인돌사를 새로 써야 한다며 반긴다.

　김해시는 최근 구산동 고인돌에 대한 정밀 발굴조사 결과 이 고인돌 아래에서 청동기 시대 목관묘를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무게 350ｔ의 고인돌이 국내를 넘어 사실상 세계 최대 규모로 확인됐다.

　묘역은 너비 19ｍ, 길이 86ｍ로 BC 1세기 전후의 청동기 시대 목관묘로 추정됐다. 묘역 규모로 볼 때도 청동기 시대 묘역으로는 최대 규모다. 묘 내부에서는 두형(콩 모양)토기와 옹형(옹기 모양)토기 등 2점이 나왔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이 고인돌이 청동기 시대 제단이냐, 묘역을 갖춘 초대형 고인돌이냐를 놓고 의견이 맞섰다. 이번 발굴을 통해 제대로 된 묘역을 갖춘 고인돌로 확인된 셈이다. 현장을 참관한 임학종 전 김해박물관장은 “350ｔ의 돌을 끌고 와 묘역을 조성했다는 것은 당시 이곳에 강력한 지배 세력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규모에 비해 부장품이 상대적으로 적어 아쉬움은 남지만 구산동 고인돌의 발굴은 가히 역사적인 사건이다. 청동기 시대 고인돌에 대한 연구도 본격화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350ｔ의 고인돌을 옮기려면 하루 2000여 명의 인부가 필요해 이곳에 막강한 지배계층이 거주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관가야 최대 무덤군인 대성동 고분군과 불과 500ｍ 떨어진 곳에 있는 사실도 주목한다. 구산동 고분군을 조성한 청동기 세력이 100년 뒤인 AD 42년 철기문명을 일으킨 금관가야의 김수로왕 세력과 연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구산동 고인돌은 경남도기념물 제280호인데, 김해시는 학계와 함께 이 고인돌의 국가 사적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발굴된 묘역을 정리해 개방할 예정이며, 고대도시 김해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서 김해시는 2006년 구산동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무게 350ｔ, 길이 10ｍ, 너비 4.5ｍ, 높이 3.5ｍ의 이 고인돌을 발견했지만, 육중한 무게를 들어 올릴 장비가 없어 계속 땅속에 묻어뒀다. 시는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시굴 조사를 거쳐 오는 9월까지 정밀 발굴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고인돌 모역에서 나온 토기류. 왼쪽이 두형토기, 오른쪽이 옹형토기. 독자 제공

	정밀 발굴이 진행중인 김해 구산동 고인돌 전경. 독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