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책사업 참여 내세워 작업
- 40여 명 27억 원 상당 피해

부산공고와 부산기계공고를 졸업한 뒤 공장으로 취업에 직행한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사기 행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청년지원 사업에 참여시켜주겠다며 접근한 뒤 수천만 원을 대출받아 송금하게 하는 수법에 부산에서만 수십 명이 당했다.

20일 부산 해운대·사상경찰서와 사건 피해자의 말을 종합하면 부산지역 공장에서 일하는 사회초년생 수십 명이 20대 남성 A 씨에게 사기를 당했다. 현재 경찰서 두 곳에만 수십 건의 고소장이 접수됐으며, 현재까지 경찰은 40여 명이 27억 상당의 피해를 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 씨의 주요 타깃은 공고를 졸업한 뒤 공장에 취업해 6개월 이상 지난 20대 초반 사회초년생이다. A 씨는 본인을 청년·사회초년생 국책사업 관계자로 소개하며 피해자 지인 소개를 받아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A 씨는 유선 통화를 통해 “청년과 사회초년생을 지원하는 사업 T.O(빈자리)가 있다. 참가하면 1년 뒤 100만~2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말로 관심을 끌었다. 이후 직접 만난 자리에서 사업 참여에 돈이 필요하다며 한 사람당 2000만~3000만 원을 대출받아 맡길 것을 요구했다.

돈을 맡기라고 제시한 기간은 1년 안팎이며, 이 기간 이자 등은 대신 내주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피해자들이 의심하면 수십억 원이 든 통장 실물과, 해운대 고급 아파트가 주소로 찍힌 신분증 등을 보여줬다. 그는 만남 자리에 포르쉐 등 외제차를 타고 등장했으며, 피해자들에게 ‘교통비’ 등 명목으로 수만~수십만 원을 쥐어주며 “국책 사업이다. 당연히 공증을 써줄 수 있다”는 등 말로 안심시켰다고 한다.

돈을 빼내는 ‘작업’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A 씨는 피해자들에게 주로 경남은행 앱을 내려받아 개인정보를 입력하라고 요구해 휴대전화를 뺏어간 뒤, 대출부터 본인 계좌 송금까지 빠른 속도로 진행시켰다. 실제 일정 기간 이자를 대납해주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그는 “T.O가 추가로 났다. 주변인들을 소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소개받은 피해자에게 같은 수법으로 접근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연락을 끊었다.

피해자 B 씨는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면 오히려 ‘자금 문제로 돈을 더 내야 한다. 안 내면 지금까지 맡긴 돈이 모두 날아갈 수 있다’고 압박해 추가 대출을 받아서 내줬다”고 털어놨다. 이어 “부산은 물론 경남과 수도권에도 피해자가 여럿이고, 피해자들의 단체대화방 등이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슷한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하던 서울 강서경찰서가 A 씨를 체포해 지난 17일 구속했다. 부산경찰 관계자는 “사건 일부는 서울 강서서에 이첩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