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는 주민센터에서도 가능하고, 구청에서도 가능합니다.”

지난달 말 둘째를 낳았다.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부산진구 가야2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첫째 땐 주민센터에서만 출생신고가 가능했었는데 구청에서도 가능하다니 반가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뒤통수를 씨게 맞았다.

구청 신고 가능 여부를 물은 건 편의성 때문이었다. 집에서 좀더 가까운 곳은 주민센터다. 근데 가야2동 주민센터는 드나드는 골목길이 차량 교행이 안 될 만큼 좁은 데다 평일 낮에도 주차할 곳이 마땅찮다. 차를 몰고 구청에 갔다. 그런데 구청 담당자의 이야기가 좀 달라졌다. 출생신고 자체는 가능했다. 그런데 주민등록번호가 바로 부여되지 않는단다. 이유는 모르겠다. 암튼 이 문제로 며칠 내 구청을 다시 방문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주민센터에선 한 큐에 해결 된다는 것. 더 중요한 건, 구청에서는 양육수당 신청이 안 된다. 애 낳으면 나라에서 매달 10만~20만 원 지원해주는 게 양육수당이다. 필요한 구비서류가 동일해서 보통 출생신고 때 같이 신청한다. “아 그게 구청에서 신청 안 되면 어디서 하나요?” “주민센터요.”

말문이 막혔다. ‘출생신고가 어디서 가능한지 전화로 물어보는 민원인=출생신고를 하려는 민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거 같다. “구청에서도 가능하긴 한데. 출생신고 하시려고요? 보통 양육수당도 같이 신청하시는데, 그러면 주민센터로 가시는 편이 나을 거 같습니다.” 처음부터 이 정도 안내가 이뤄지는 게 상식이라고, 덧붙여 구비서류 포함 필요사항을 안내해줬으면 좋았겠다고 여겨지는 건 과욕인가? 적극행정 별거냐? 결국 기자는 “출생신고도, 양육수당 신청도 다 주민센터에서 하겠다”고 말하고 구청을 나섰다.

주민센터에서 출생신고를 하는 과정에서도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신고 과정에서 주소·본적·성명을 써넣는 일을 몇 번 반복했는지 셀 수 없다. 출산 직후 병원에 써준 ‘온라인 출생신고를 위한 개인정보 제3자 제공에 관한 동의서’에도 생각이 미쳤다. 나는 그 동의서에 서명함으로써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법원에 아내와 둘째의 개인정보를 넘기는 데 동의했다. 그런데 왜 또 주민센터에 와서 이 짓을 반복하고 있어야 하는 건가. 기왕 건강보험심평원이랑 대법원 같은 기관에 제공하는 거면 주민센터랑 구청에다가도 좀 해주면 안 될까. 이 코로나19 시국에?

출생에 따른 신고 및 신청 절차가 왜 이 지경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니 짚이는 구석은 있다. 출생신고는 아이 하나당 한 번만 한다. 인생 살면서 보통 한 번이나 두 번 정도만 겪는 일이란 뜻이다. 할 때는 매우 번거롭고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데, 하고 나면 끝이라 굳이 이걸 가지고 민원 제기하는 성실한 시민은 별로 없지 않을까 싶다.

덧. 이 모든 절차를 마치니 주민센터 공무원이 종이 쪼가리를 하나 줬다. 요컨대 “애 낳았으니까 전기요금 30% 감면해줍니다. 신청은 니 알아서 한국전력에 하세요^^”였다. 폭염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여름, 한전 홈페이지는 시원찮고, 전화 연결도 며칠이 지났는데도 안 되고 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